전날 일본 트위터에서는 ‘외톨이 아베’라는 제목의 사진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진에는 ‘텅 빈 유엔에서 연설 중인 아베 총리(하하). 이런 광경은 좀처럼 보기 없어요(하하). 전대미문 사건’이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로이터와 AP 통신사 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아베 총리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연설을 하는 동안 빈 자리가 눈에 많이 띕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절반 이상의 좌석이 비어있습니다.
이 사진이 눈길을 끌자 같은 각도에서 촬영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장면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청중석은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차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설하는 사진을 보실까요? 역시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러시아는 어떨까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앞에서 연설을 하는데 청중석 빈 자리가 10여 곳 정도 보이네요. 오바마 대통령이나 교황 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대국이지만 시진핑 주석이 연설하는 동안 청중석은 절반 이상 텅 비어있습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네요.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아베 총리에게 차갑습니다.
“(일본) 국회처럼 모두 자는 건 아니네요. 내용 없는 연설에 대해 엄격하군요.”
“청중수를 보면 각각의 인물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주목을 받는지 잘 알 수 있다.”
“같은 회의장인데. 교황과 아베를 비교하면 참담하다.”
“지금 일본을 향한 전 세계의 시선을 한 눈에 보여준다. 보고 있나, 아베.”
“한국 보다 못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를 찾아봤습니다. 비록 같은 각도는 아니지만 방송화면 등에 잡힌 사진을 보면 청중석의 3분의 2 정도가 차있습니다.
물론 청중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으로 각 국의 대표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나 국내 지지도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국제무대에서 내 나라 대표가 일장 연설을 하는데 듣는 사람들이 적다면 실망스러울 것 같긴 합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