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례한 할인행사 ‘블랙프라이데이’가 유독 한국에서만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기존 가격보다 비싸게 팔면서도 잔뜩 할인한 것처럼 속이는 업자가 있는가 하면, 허위 포장으로 양을 뻥튀기해서 파는 상품도 있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전날보다 오히려 가격이 오른 상품도 있었죠.
최근 인터넷에는 “블랙프라이데이 한국 현지화”라며 얄팍한 상술을 지적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한 대형 유통업체는 세일 기간을 강조하며 참치캔 묶음을 2950원에 팔고 있었는데요. 이 참치캔은 블랙프라이데이 이전에도 1280원에 팔리던 제품이었습니다.
또다른 가전매장은 냉장고를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며 대대적으로 광고했습니다. 정상가 299만원의 제품을 199만원에 판다는 소식은 소비자에게 솔깃할 만 했는데요. 동일 제품은 블랙프라이데이 이전 인터넷 최저가로 174만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한 의류업체는 소비자가 12만9000원의 자켓을 1만5480원에 팔고 있었죠. 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수요가 늘자 3만8700원으로 슬그머니 가격을 올렸습니다. 한 화장품은 속이 빈 포장으로 소비자의 눈을 속였죠.
절박한 심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가격을 내놓는다는 블랙프라이데이가 눈 가리고 아웅식의 상술에 물들자 소비자들은 불만을 보였습니다. 인터넷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블랙프라이데이 헬조선 패치 완료” “블랙프라이데이 한국 최적화” “호갱님, 고오오오마워하십쇼” “누가 더 사기를 잘 치는가 경연대회를 보는 듯”이라는 조롱이 이어졌습니다.
업계에선 가을 정기세일과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제조업체가 가격인하를 안하는데 유통업체가 무슨 수로 할인을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왔죠.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등에 이어질지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부는 1일부터 2주간 내수를 살리기 위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추진했습니다. 침체된 소비심리를 끌어내기 위한 취지인데요. 외국인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4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진행되는 코리아그랜드세일과 기간이 겹치며 유통업계에선 ‘세일 겹경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작 소비자들은 “평소랑 다른 걸 못 느끼겠다”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블랙프라이데이 현지화?” 얄팍한 상술에 소비자 멍들어
입력 2015-10-02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