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해서 부자됐다’ 16억원 가까이 모은 뒤 잠적

입력 2015-10-01 13:17 수정 2015-10-01 19:15
사진=픽사베이

부인, 자식들을 동원해 구걸 등으로 16억여원 재산을 모았다가 갑자기 잠적해버린 시각장애인 남편에 대해 법원이 공시송달로 이혼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재산의 절반을 부인에게 나눠주라고 명령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권태형)는 시각장애 1급인 부인 A씨가 시각장애 1급인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재산분할로 7억9600만원, 위자료로 3000만원 등을 A씨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1976년 결혼한 시각장애인 부부는 구걸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B씨는 구걸 과정에서 아직 어린 자녀들을 모두 동원했다. 부인과 자녀들이 반대하자 폭력까지 행사했다. 부부는 4남 3녀를 뒀다.

30년간 부부가 구걸 등을 통해 모은 재산은 15억9000만원에 달했다. 7억2500만원 가량의 강남 아파트도 한 채 있었다.

그러다 B씨는 2010년 무렵 12억여 원을 가지고 가출한 후 완전히 잠적했다. 은행 4곳에서 현금으로 출금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잠적한 남편을 상대로 지난해 법원에 이혼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이혼을 인정하면서 형성된 재산 중 절반을 부인 A씨에게 나눠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남편이 현금으로 된 재산은 전부 출금한 상태로 잠적해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집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편 명의로 남아 있는 아파트만 A씨 명의로 옮길 수 있게 됐다.

또 혼인기간, 혼인 파탄의 경위나 책임 정도 등을 고려해 남편 B씨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3000만원으로 정했다.

공시송달에 의한 이혼 판결은 3년 이상 생사를 알 수 없거나 상대 배우자의 거주지나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 등에 한해 이뤄진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