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대통령 경호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가 40년 만에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서울시는 1일 오전 비밀벙커 현장에서 벙커의 역사와 활용계획 등을 밝히는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지하 벙커는 서울국제금융센터와 여의도버스환승센터 사이 지하 7~8m 아래에 있으며 2개의 방으로 이뤄진 약 793㎡규모다.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05년 발견됐으며 1977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오른편에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방(약 66㎡)이 있다. 그 안에는 화장실, 소파, 샤워장이 있었다. 왼편 넓은 공간(약 595㎡)에는 계실과 화장실, 철문으로 굳게 닫힌 2개의 출입문이 있었다.
시는 “이 지하벙커는 언제, 누가,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물론 소관부처와 관련된 자료도 전혀 남아있지 않다”며 “시가 관리하는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1977년에 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벙커 위치가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이 벙커는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으나 실질적인 관리나 활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는 지난 3월부터 현장조사, 정밀점검, 안전조치를 거쳐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벙커에는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2번 승강장에 있는 출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작은 방에는 여의도와 비밀벙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물이 설치돼 있다. 발견 당시 있었던 소파도 복원돼 직접 앉아보고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큰 방에는 발견 당시와 올 초 서울시의 안전조치 이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진이 전시돼 있다.
시는 1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토·일요일에 벙커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는 벙커 시민 체험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희망자는 지하 비밀벙커 홈페이지(safe.seoul해.kr)을 통해 1일 오후 3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신청하면 된다. 대상자는 8일간 총 40회 1200명으로 선착순으로 결정한다.
시는 또 비밀벙커 홈페이지를 통해 이 벙커에 관한 제보와 아이디어를 수렴해 활용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 10월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김준기 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지하벙커의 역사적 특징을 보존하면서도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시민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1970년대 VIP 경호용 추정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40년 만에 일반에 공개한다
입력 2015-10-01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