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경찰이 순찰차 뒤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문구를 새기는 일이 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8월 말 텍사스 주 해리스 카운티 경찰국의 보안관 대런 고포스가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던 중 생면부지의 한 흑인에게서 15발의 총탄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뒤 텍사스, 아칸소, 플로리다, 켄터키, 버지니아 주 등의 경찰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미국의 국시(國是)다.
텍사스 주 차일드레스 시의 애드리안 가르시아 경찰서장은 미 폭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료 경찰관의 사망 후 경찰의 단합을 위한 강령과 같은 뜻으로 이 문구를 경찰차 뒤에 붙였다”면서 “경찰의 생명을 겨냥한 사건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국시만큼 우리를 잘 대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공권력의 상징이라는 뜻에서 국시를 순찰차에 달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신론자와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는 종교자유재단 같은 단체는 이 문구를 경찰차에서 떼어야 한다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가르시아 서장이 이들의 요청을 거절하고 ‘꺼지라’고 일갈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미 언론에 따르면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국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과 이를 순찰차에 붙인 경찰이 애국심과 경건함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신론자와 종교자유재단은 이 문구의 사용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미국 건국 후 1864년 동전에 처음으로 등장한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문구는 1956년 의회 통과 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미국의 공식 국시가 됐다.
무신론자 등은 이를 폐지해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했으나, 미국 상원(2006년)과 하원(2011년)은 국시를 재확인했다.
또 다른 논란은 경찰의 국시 사용이 여론의 비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종교자유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애니 로리 게일러는 “작년부터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으로 국가적으로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 경찰이 남들의 비판을 막을 목적에서 경건함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며 “경찰은 애국심과 독실함을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신은 정부 바깥에 계신다”고 비판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美경찰차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 표어부착 확산
입력 2015-10-01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