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손가락질로 얼룩진 새누리당 의원총회...친박 대 비박 정면 충돌

입력 2015-09-30 20:55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가 30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의제로 올렸으나, 추석 연휴 때 진행된 여야 대표의 협상 과정과 제도의 효과 등에 대한 계파간 견해가 맞서면서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을 겨냥해 나온 '청와대 관계자'의 비판에 "당 대표를 모욕하면 여태까지 참았는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의총장에 무거운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또 이날 의총에서는 두 계파간 신경전이 날카로워지면서 몇몇 의원들이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험악한 장면도 연출됐다는 전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8일 전격적으로 발표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 의원들은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대립했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의총장 입장에 앞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는 기본적으로 현장투표를 통한 경쟁선거 방식"이라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방안은 전화응답을 통한 여론조사 방식으로, 휴대폰 공천제"라고 지적했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장에서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 "역선택이나 이런 문제가 클리어하게(명확하게) 해결되는 부분이 없다"며 "노인들이나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있는 특정 국민의 여론만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총에 앞서 몇몇 친박계 의원은 의총 직전 오찬 회동을 갖고 '전열'을 정비했다.

이에 맞서 비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적극 동조했고,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가 당의 공천룰에 관여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정두언 의원은 의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공천제 논란은 우리 국회가 권력(청와대) 눈치만 보는 후진적 거수기 국회로 남느냐, 아니면 국민 눈치를 보는 선진적 민주 국회로 바뀌느냐의 갈림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태 의원은 의총장 밖에서 기자들에게 "역선택의 문제나 민주주의 대의상 여론조사가 맞느냐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면서도 이날 의총에서 권은희 의원의 설명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의원들의 오해가 상당 부분 풀렸다고 밝혔다.

이날 의총에선 단연 김 대표의 입이 주목받았다. 친박계가 공세 수위를 끌어올린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가 의총 개최 직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김 대표를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단상에 올라 "청와대의 이야기는 다 틀렸다. 이렇게 하면서 당청 간 사이좋게 가자고 하면 되겠나"라며 "당 대표를 모욕하면 여태까지 참았는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밝혔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김 대표의 발언 수위는 즉석에서 청와대를 향한 '최후통첩'이라는 해석까지 낳았다. 순간 의총장에는 정적이 흘렀고, 몇몇 의원은 이 같은 '중요 발언'을 휴대전화나 수첩에 조용히 메모했다는 전언이다.

의총이 마무리될 즈음 김 대표는 의원들을 향해 "나 들이받으려고 니들(친박계) 짜고 나왔고, 또 나 들이받혀 무너질까봐 보호해주려고 (비박계가) 짜고나온 거 아는데, 이제 됐으니 그만 하자"며 의원들간 격론을 진정시켰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공천룰이라는 예민한 주제가 의제로 오른 가운데 계파간 신경전과 선거구 획정에 대한 지역별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맞서면서 이날 의총 막판에 몇몇 의원 사이에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기도 했다.

김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이 당 지도부 일원이면서 김 대표를 비판했던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의 태도를 문제삼은 것이 도화선이 됐다.

김성태 의원은 원 원내대표와 조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유승민 사태'라는 아픔을 안고 당신들을 합의 추대했는데, 분란을 조장하면 어떡하느냐"며 "단상에 올라가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던 것.

그러자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이 "그만 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김성태 의원을 향해 "자신있으면 한판 붙자"라고 맞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또 한편에선 대전 출신 이장우 의원이 "충청도가 호남보다 인구가 많은데 의석은 더 적다"며 선거구 획정 문제를 지적하자, 강원도 출신의 한기호·황영철 의원은 "왜 충청도 얘기만 하느냐"며 농어촌 지역구 확대론을 주장,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의원들간에 고성이 오가자 김 대표는 "(기자들이) 나 때문에 싸우는 줄 알겠다"고 의원들을 진정시키며 격론을 벌이는 의원들을 이끌고 의총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