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청와대 향해 최후통첩 “내가 있는한 전략공천 없다”

입력 2015-09-30 19:29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내년 4월 총선의 공천 방식을 둘러싸고 대립하며 각각 세력 규합에 나서면서 양측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추석 연휴기간인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부산 회동을 통해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를 도입키로 잠정 합의한 게 도화선이 돼 여권 전체가 격랑에 휩싸인 형국이다.

특히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 직후 안심번호를 이용한 공천 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직격탄을 날린 게 신호탄이 된 듯 친박계는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를 활용해 일제히 김 대표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김 대표 구상에 대한 친박계의 조직적 반발은 의총에 앞선 청와대의 입장표명으로 예고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잠정 합의안에 대해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등이 우려된다"면서 당내 협의를 거치지 않은 졸속 협의의 문제점까지 거론하며 5대 우려 사항으로 제시하며 비판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의총에서 "안심번호는 전화 응답을 통한 여론조사, 즉 '휴대전화 공천제'"라며 "19대 총선의 '친노(친노무현)몰이'용 공천룰이 재포장된 게 안심전화로, 실패한 친노의 룰을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연히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도 따라붙었다.

이에 대해 그동안 격한 대응을 자제했던 김 대표도 참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을 것"이라면서 "청와대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여당 대표를 비판하느냐. 당 대표를 모욕하면 여태까지는 참았는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당내 친박계는 물론 청와대를 향해서도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부작용과 최고위원회의에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협상한 데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만 속살은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라는 게 정치권의 거의 일치된 분석이다.

실제로 비박계인 정두언 의원은 "이번 공천제 논란은 우리 국회가 권력(청와대) 눈치만 보는 후진적 거수기 국회로 남느냐, 아니면 국민 눈치를 보는 선진적 민주 국회로 바뀌느냐의 갈림길"이라고 주장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원래 유권자가 직접 사전 투표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를 추진했던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관철하기 위해 찾은 우회로였다.

공천에서 특정 계파나 유력 정치인의 입김을 배제하겠다는 소신으로 줄곧 추진했지만 이는 친박계를 자극했다.

친박계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이(친 이명박)계로부터 공천 학살을 당했다는 트라우마도 생생한 데다 박 대통령의 집권 4년차에도 핵심 국정 과제를 수행하고, 권력누수 현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자파 세력을 한 석이라도 더 당선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선출하게 되면 이러한 고려 사항이 반영될 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해진다는 게 친박계의 계산이다.

요컨대 국민공천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현역 의원이 유리해 현재 정치 지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친박계의 고민이다. 지난 7·14 전당대회나 정의화 국회의장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당선 과정에서도 친박계가 열세라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사태는 가깝게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투쟁이지만 더 나아가 여권 대권경쟁 지형까지도 바꿀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공산이 크다.

김 대표가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로서 지난해 말부터 줄곧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현재 50%를 넘나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총선 판도는 물론 대권 경쟁에도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이 맞부딪친 것으로서 의원들도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양대 계파가 마주 오는 기차처럼 달려오고 있지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포함한 새로운 공천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기구를 구성키로 함에 따라 극적 타협점을 찾을 여지도 남겼다.

전면 대결로 어느 한쪽이 회복 불가능의 치명상을 당하기보다는 친박과 비박이 고루 참여해 완충지대를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