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0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한 포문을 열면서 '제2의 유승민 정국'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말 국회법 개정안 논란부터 시작해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로 막을 내린 '유승민 정국'의 초기 상황과 현재 모습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유승민 정국은 5월29일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면서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함께 묶어 의결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그날 바로 "국회법 개정안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고, 비판의 화살은 곧바로 유 원내대표로 향했다.
당시 청와대 내에선 "유 원내대표가 국정을 마비시킬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해줬다. 원내사령탑으로서 책임을 방기했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급기야 박 대통령은 6월2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정치를 자기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유 원내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유승민 사퇴'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김 대표가 내세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 프레임도 '유승민 정국'의 초기상황과 유사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 대표가 야당 대표와 회동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합의했고, 이것이 청와대의 비판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에선 "집권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와 만나 저렇게 합의할 수 있느냐", "당내 조율도 거치지 않은 상황을 마음대로 하려는 것이냐"는 날선 반응이 흘러나왔다.
이는 공천문제가 여권내 합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도 김 대표가 야당 프레임에 끌려 들어갔다는 당내 친박계의 비판론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국회법 합의 이후 청와대가 바로 위헌론을 지적했던 것처럼, 김 대표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청와대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유사하다.
지난 28일 여야 대표간 합의가 이뤄졌고, 박 대통령이 유엔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당일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등이 우려된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간 누적된 갈등이 폭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청와대와 유 전 원내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취임때부터 '증세없는 복지' 논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논란 등을 거치며 엇박자를 냈다.
청와대와 김 대표의 경우 작년 10월 박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및 이탈리아 공식 방문차 외국출장을 떠났을 때 김 대표의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귀국한지 사흘째 되던 날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유엔출장 기간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한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순방을 떠난 대통령의 등뒤에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터트렸다"(청와대 관계자)며 '의도된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는 박 대통령의 '자기정치' 비판론을 연상케 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청와대가 김 대표 거취문제까지 연결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승민 정국'이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마무리된 것처럼 이번 안심전화 국민공천제 파문의 종착점 역시 김 대표의 사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정국 때 김 대표가 '유승민 사퇴불가피론'을 거론하자 김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의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의미)으로 비유하며 다음 타깃은 김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향후 행보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제2의 유승민 정국 열리나” 청와대, 이번엔 김무성 정조준
입력 2015-09-30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