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8)은 소속팀 LA 다저스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할 때까지 클럽하우스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어깨 수술로 올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지만 영광의 순간만큼은 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다저스가 아웃카운트 3개를 남기고 8점차로 크게 앞서 역전패할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류현진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우승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저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서 8대 0으로 대승했다. 다저스는 중간 전적 88승 69패를 기록해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확정했다. 2위 샌프란시스코(82승 75패)를 6경기 차이로 따돌렸다.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샌프란시스코와의 지구 라이벌전이자 지구 우승이 걸린 이날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9이닝을 모두 던졌다. 1피안타 무실점으로 샌프란시스코의 타선을 봉쇄하고 승리를 이끌었다.
다저스가 8대 0으로 앞선 9회초 중계방송 카메라는 AT&T 파크의 다저스 클럽하우스를 비췄다. 다저스 직원들은 샴페인과 음료를 뿌리는 위닝 세리머니를 준비하기 위해 클럽하우스 내부를 비닐로 덮고 있었다. 이때 클럽하우스 안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는 류현진이 화면에 잡혔다.
류현진은 시즌 초반인 지난 5월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 진단을 받았다. 이로 인해 대저스는 선발진을 재구성했다. 커쇼, 잭 그레인키의 1~2선발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3선발인 류현진이 빠지면서 4선발 브랜든 매카시가 순번을 앞당겼다. 매카시가 시즌 중 부상으로 빠지면서 존 헤이먼이 3선발로 세워지는 등 다저스의 선발진은 변화가 많았다. 류현진은 비록 이날 출전할 수 없었지만 지구 우승을 확정한 순간만큼은 동료들의 곁을 지키기 위해 AT&T 파크로 동행했다.
다저스 팬들은 방송 화면에 잠시 잡힌 류현진을 놓치지 않고 뜨겁게 반응했다. 다저스 팬들은 류현진이 등장한 화면을 촬영해 SNS로 올리면서 “많이 보고 싶다” “류현진이 있었으면 조금 더 빠르게 우승했을 것이다” “내년에는 꼭 함께 하자”고 했다.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먹이를 찾는 곰처럼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
류현진은 인스타그램에 “내년에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방금 류현진 아냐?” 어슬렁어슬렁~ 깜짝 등장
입력 2015-09-30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