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의 관계에서 '루비콘강'을 건널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추석 연휴 동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부산 회동을 통해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문제가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친박계가 대대적인 대(對)김무성 공세에 나선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김 대표의 발언을 고리로 여차하면 김 대표를 대표직에서 끌어내리는 것까지 염두에 두면서 정치적 숨통까지 죄어들 태세다.
모든 유권자가 직접 선거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가 불발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체 공천안을 마련하라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한 마디로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청와대도 박 대통령이 유엔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가세했다.
앞서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이 '오픈 프라이머리 불가론'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느냐는 데 대해서는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완연히 다른 양상이다.
김 대표는 30일 청와대의 입장이 나오기 전이지만 기자들과 만나 "안심번호 채택은 단순한 기법상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상의할 일도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앞으로 김 대표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다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공천제 도입에 정치생명까지 걸겠다고 한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단 한 명의 전략공천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다.
박 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국정 안정을 명분삼아 내년 총선에서 전략공천을 통해 친박세력을 확대하려는 일부 친박계의 움직임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친박계가 공천 지분을 얻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흔들어도 김 대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줄세우기 정치', '낙하산 정치', '계보정치'의 폐해를 양산한 전략공천 폐지라는 명분을 쥐고 친박계와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김 대표는 '안심전화 국민공천제'에 대해 "완성된 안이 아니다"라고 말해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며 향후 당내 여론을 수렴해 최종방식을 마련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 대표로서는 과거 방식으로의 회귀에 대해선 철저히 반대 , 최대한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살리는 공천 방식을 관철하겠다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친박계의 공세에 대해 완강하게 버티는 데는 당내 정치 지형이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 대표의 정치적 병풍이 되고 있는 비박계가 친박계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가 아니라는 것.
또 최전방에서 안심전화 국민공천제를 공격하는 일부 친박계 의원들과 달리 다수 의원들은 이 제도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돈다.
안심전화 국민공천제를 실시할 경우 현역의원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는 반면에 전략공천이 일부라도 도입될 경우 현역 의원들 모두가 물갈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의원들이 우려한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동반 사퇴를 통해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를 와해시킨 뒤 비상대책위를 꾸린 후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떠돌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친박계의 수적 우위를 장담할 수 없어 그런 시나라오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뿐만아니라 당내 계파갈등이 표면화돼 비박계가 돌아설 경우 이번 국회에서는 노동개혁이나 민생경제법 처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도 친박주류 측에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무성, 안심번호 공천제로 박대통령과 정면승부?
입력 2015-09-30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