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블레어 사사카와 USA 이사장, 아베 담화 강하게 비판

입력 2015-09-30 16:44
일본의 민간외교 창구인 ‘사사카와재단’의 데니스 블레어 미국 이사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 대해 “실망스럽고 과거사를 바로잡을 막중한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한 사실이 30일 뒤늦게 알려졌다.

블레어는 사사카와 USA 홈페이지에 최근 게재한 ‘이사장 메시지’(8월 14일자)를 통해 “아베 담화는 과거사에 대한 명쾌한 사과와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내용도 길고 워낙 장황스러워 본지를 희석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사과를 한다면서도 그 자신의 사과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베 총리는 ‘미래 세대에까지 사과하는 숙명을 넘겨줘선 안 된다’고 했지만 끔찍한 과거에 대한 속죄의 마음까지 누가 인위적으로 없애버리자고 한들 그게 없어지겠느냐”고 따졌다.

블레어 이사장은 그러면서 “결국 아베 총리가 과거를 잘못 알고 있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올바로 이해시킬 좋은 기회를 그냥 흘려버린 것”이라며 “나같은 일본의 친구들은 일본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과거사를 바로 알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사카와 USA는 A급 전범 용의자 출신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설립한 니폰재단(Nippon Foundation·옛 사사카와재단)의 미국 내 지사격으로 그동안 워싱턴 정가에서 일본의 우익적 시각을 적극 대변해왔다.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출신인 블레어 역시 “일본 못지않게 한국도 베트남전에서 아주 무자비했다”고 일본을 두둔해온 대표적 인사다. 때문에 그의 날선 비판은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미 외교가에서 아베 담화에 대한 평가가 아주 나빴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