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30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싸고 하루 종일 ‘비박(비박근혜) 대 친박(친박근혜)’ 간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비박계는 ‘상향식 공천 개혁’을 친박계가 의도적으로 저지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박 진영은 당내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여야 담판’을 시도한 김무성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전후로 두 차례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김 대표와 친박 최고위원들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당내 논의나 협의도 없이 야당 대표와 합의를 하는 게 당내 민주주의이냐”고 날을 세웠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꼭 여야가 같이 경선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취지를 설명하며 반박했다. 권력자들의 공천 관행을 근절시키겠다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잠정 합의가 확정안이 아니라며 여지를 뒀다.
양측 공방이 팽팽하게 이어지면서 최고위 공개회의는 30분 늦게 시작됐다. 김 대표는 공개회의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 아래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안”이라며 “이 안은 양당 공식기구에서 토론해서 거부될 수도 있고 더 좋은 안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면서 친박 측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야당은 야당 안을 받았다고 하고 김 대표는 새로운 안이라고 하니 (합의) 내용 자체도 조율이 안 된 것”이라며 “경선제도를 여야가 같이 (합의)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친박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이날 회의에도 불참했다.
회의에선 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포함한 여러 공천안을 함께 논의하는 특별기구를 만들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여야 동시 참여로 이뤄지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어려워진 현실을 받아들여 대안 마련에 힘을 쏟자는 것이다.
의원총회에서도 양측의 공방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앞서 서 최고위원과 서상기 정우택 홍문종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한 장외 교전도 불을 뿜었다. 홍일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동원 선거나 비용, 야당의 반대로 안 되는 문제 등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새누리당 내) 경선에서 이미 안심번호를 도입해서 여론조사를 한 경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태흠 의원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역선택의 문제점이 해결되지도 않고 노인을 비롯한 정치 무관심층의 참여 저조로 국민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며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졸속 합의하는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하루 종일 이어진 새누리당 계파 설전
입력 2015-09-30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