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잠정 합의에 이어 내년 총선 부산 출마까지 시사하며 ‘재신임 국면’ 이후 연일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 대표 측은 대여(對與) 협상력 입증을 통해 확고한 당내 리더십을 구축함과 동시에 ‘문재인 대망론’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문 대표는 이번 합의를 통해 ‘혁신안 사수’는 물론 여당의 자중지란을 촉발하는 성과를 냈다. 합의 내용도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김상곤 혁신위원회’ 혁신안을 기반으로 해 비주류 진영의 반발 명분을 최소화했다는 게 주류 진영의 해석이다. 게다가 여당의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의 계파갈등까지 표면화시켰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나오던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일거에 소멸시킨 셈이다.
문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일각에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내부의 권력투쟁과 기득권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과 정치개혁을 좌초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합의 무산과 관련한 이종걸 원내대표의 비판에도 문 대표는 “아쉽다. 하지만 상대가 있는 일”이라며 여유롭게 응대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매우 시의적절 한 담판이었고, 결과도 매우 성공적”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또 혁신위와 당 일각에서 요구하는 ‘험지 출마’도 신중하게 고려 중이다. 혁신위가 요구한 ‘부산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강기정 송호창 의원이 요구한 ‘수도권 출마’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는 최근 부산시당 지역위원장 오찬에서 “부산 지역위원장들이 의견을 모아준다면 비중 있게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당직자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도권 출마 요구도 숙고할 것”이라며 “설령 낙선한다 해도 ‘문재인 대망론’의 귀중한 자양분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표로서 총선 지휘와 지역구 선거를 동시에 치러야 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정치적 도전’을 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한편 문 대표는 10월 14~16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실크로드 정당회의’ 일정에 맞춰 추진했던 중국 방문을 국내외 상황을 감안해 일단 보류키로 했다. 문 대표는 ‘한반도 신(新) 경제지도’ 구상과 관련해 북한과 인접해 있는 동북3성 지역 방문을 희망했지만 중국 측이 의전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아시아정당대회 이후에 다시 추진하려 한다”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문재인, 국민공천제를 바탕으로 연일 치고 나가다
입력 2015-09-30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