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도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30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집권여당의 공천룰을 놓고 청와대가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정치적 파장이 큰 만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으로, 경우에 따라 김 대표와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오전 춘추관을 찾아 국민공천에 대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면서 포문을 열었다.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청와대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민심 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전화 여론조사와 현장투표의 괴리, 일방적 합의 등 5가지 이유를 대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이 제도가 이른바 ‘역선택’을 막을 수 있는지 하는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지지 정당을 묻는 항목은 결과적으로 민심 왜곡으로 갈 수밖에 없고, 전화 여론조사의 낮은 응답률(2% 미만)을 예로 들면서 조직 선거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청와대는 김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간 합의가 새누리당 내부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중요한 일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라든지 내부적 (논의) 절차 없이 이뤄졌다”며 청와대 기류를 여과 없이 전했다. 그러면서 강경한 톤으로 “졸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며 김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초 새누리당 내부 현안이라며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을 요량이었다. 총선 공천룰은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청와대가 언급하면 총선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오전 내부 회의 직후 기류가 180도 변했고, 국민공천제에 반대한다는 사실상의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유엔 외교일정을 마치고 새벽에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관련 사안을 보고받고 난 다음이었다. 청와대의 입장 표명에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셈이다.
청와대는 특히 김 대표가 주도한 국민공천제가 당내 계파갈등을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당청관계까지 삐걱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국이 총선 공천룰 전쟁으로 변질될 경우 청와대가 주도하는 노동개혁 등 개혁과제 이행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 해외출장 도중에 문 대표와 만나 내년 총선 공천룰을 합의해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팽배하다. 지난해 10월에도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차 이탈리아를 방문한 사이에 중국에서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정국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또 다시 (김 대표가) 해외 출장을 떠난 박 대통령 뒤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터뜨렸다”고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청와대 부글부글. 정면충돌도 불사?
입력 2015-09-30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