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전쟁 당청 전면전으로 확대

입력 2015-09-30 16:38
청와대가 30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잠정 합의한 공천룰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가 ‘졸속 협상’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청와대도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여당 내 계파갈등을 넘어 당·청간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기자들을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은데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먼저 지지 정당을 묻고 난 뒤에 (지지후보를 조사)하겠다는 얘기 같은데, 그럴 경우 역선택 또는 결과적으로는 민심 왜곡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또 “통상 전화 여론조사 응답률이 2%도 안 된다. 그럴 경우 결국 조직력이 강한 후보한테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며 조직선거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관리위원회 관리에 따른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공천이라는 대의명분에 대한 공감보다 어떻게 보면 ‘세금공천’이랄까, 이런 비난의 화살이 더 커지는 것 아닐지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아울러 전화 여론조사 응답과 현장투표가 근본적으로 다르며, 이번 잠정 합의가 새누리당 내부 논의 없이 이뤄진 점 등도 문제점으로 나열했다.

이 발언은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단순한 기법 상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상의할 일도 아니다”라고 밝힌 직후 나왔다.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친박(친박근혜)의 반발을 근거삼아 비박(비박근혜)계 수장인 김 대표 죽이기에 의도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청와대는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방문 기간 중 공천룰 문제를 야당 대표와 합의한 것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여 왔다.

청와대 관계자 발언 후 친박계 공세는 더 거세졌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던 김 대표를 겨냥, “오픈프라이머리 포기선언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에서 이 안(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이 새정치연합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발 진화에 주력했다. 그는 “안심번호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휴대전화 여론조사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된 일반화된 기법”이라며 “정개특위 소위서 여야 합의로 (당내 경선의 선거인 모집에 이용되도록) 통과된 사안”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김 대표 측근들은 청와대와 친박계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방송에 출연, “자꾸 뜬구름 잡는 식 얘기로 당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에 앞장서는 사람들의 의도를 많은 의원들이 납득하지 못 한다”고 친박계를 비판했다. 또 “내년에도 당의 공천방식을 대통령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하느냐”고 되물은 뒤 “차라리 (친박계가) ‘이렇게 하면 전략공천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