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韓개고기 비하… 교묘히 피해간 무도 더빙판

입력 2015-09-30 15:16

MBC ‘무한도전’ 팀의 더빙 참여로 영화 ‘비긴 어게인’(감독 존 카니) 개고기 비하가 재조명됐다. 논란을 의식한 듯 더빙판에는 개와 관련된 단어가 아예 빠졌다.

비긴 어게인 도입부의 한 장면이 30일 네티즌들의 주목을 끌었다. 주인공 댄(마크 러팔로)이 아침에 일어나 라디오를 틀어놓고 면도를 하는 장면이다.

이때 라디오 진행자와 출연자가 나누는 대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이들은 “개 얘기 들었어?” “개? 한국 레스토랑 얘기?” “어 맞아. 들었어 케이티?”라는 말을 주고받는다.

전체적인 내용이나 맥락상 개고기 관련 언급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흘러가는 배경음에 굳이 이 같은 대화를 넣은 것은 감독의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29일 밤 방송된 비긴 어게인 더빙판에서는 해당 부분에서 개고기 관련 언급을 아예 삭제했다. 진행자 역을 맡은 유재석이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에 대한 기사 혹시 읽어 봤어?”라고 묻자 출연자 역의 정준하는 “아, 읽은 것 같아. 들었어 케이티?”라고 대답한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분명히 의도적인 연출이었던 것 같다” “화가 난다” “우리나라 흥행성적 생각해보면 더 열 받는다”는 반응이 들끓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유독 한국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다. 전 세계 수입 5657만 달러(약 670억원) 중 한국에서 2235만 달러(약 264억원)을 벌어들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