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아르바이트생(알바)의 애환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주문서 한 장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습니다. 축지법을 써야 가능할 것 같은 짧은 배달 시간과 무리한 고객 요구가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29일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배달 알바의 애환’ 등의 제목으로 한 장의 주문서 사진이 퍼지고 있습니다. 국내 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L사로 추정됩니다. 주문서에는 2015년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정확한 날짜는 없었습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 20분으로 제한된 배달시간입니다. 주문서에 적힌 주문시각은 12시38분. 그러나 고객과의 약속시각은 12시58분이네요. 햄버거를 만드는 시간도 있을 텐데…. 주문이 들어온 뒤 20분 안에 배달까지 가능한 일일까요.
L사의 배달서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배달 시간을 ‘주문후 기본 30분 이내’라고 설명했네요. 찾아보니 지난 5월에는 이 업체가 고객들에게 20분 이내 배달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배달알바들이 힘들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너무도 짧은 배달시간 때문에 배달 알바의 안전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참 많았습니다.
또 주문서 특이사항에 빼곡히 적힌 요구를 두고도 많은 말이 나왔습니다.
‘버거 방금 만든 거로’
‘치즈스틱 양념감자 바삭하게’
‘아니면 반품’
내 돈을 주고 시켜 먹는 거니 바라는 게 많을 수 있지요. 그러나 ‘이게 아니면 반품하겠다’는 말투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네티즌들도 “받아보기도 전에 명령이나 하듯 맘에 안 들면 반품하겠다는 심보는 어이없다”고 타박합니다.
몇몇 네티즌들은 한 장의 주문서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나도 저러지는 않았는지 하고 말입니다.
너무 늦게 왔다고 째려보거나 무엇이 빠졌다며 다시 가져가라고 ‘갑질’한 적이 없으셨는지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방금 만든 버거, 20분 아니면 반품’ 주문서 속 배달알바 애환
입력 2015-09-30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