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시리아 내전 사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3개 유엔 회원국 대표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노골적인 설전을 벌였다.
양국 정상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시각을 노출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군사 지원을 하고 있고, 미국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며 외교적인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시리아 정권을 축출 대상으로 지목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감싸고 돌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위험한 흐름이 우리를 더욱 무질서한 암흑의 세계로 퇴보시킬 위험이 있다”며 “국제 질서를 무시하고 군사력으로 질서를 세우려는 강대국들도 이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폭탄을 투하해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육한 아사드 같은 독재자들을 지지해야만 한다”며 “엄청난 유혈사태와 대학살을 거친 후에는 내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아사드 정권’이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국제 사회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야 한다며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테러리즘에 정면으로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시리아 정부와 군대에 협력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오직 아사드 대통령의 군대와 쿠르드족 민병대만이 시리아에서 IS 및 다른 테러단체들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광범위한 국제 반테러연합을 창설하기를 촉구한다“며 이를 통해 IS에 맞서자고 제안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아사드 대통령이 집권하는 한 시리아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다”며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반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아사드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란을 시리아 사태를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5개국으로 거명하고 시리아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오바마-푸틴, 유엔총회서 설전…시리아 해법 정면충돌
입력 2015-09-29 0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