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시진핑, 여성 인권 놓고 감정 싸움…‘부끄러운줄 알라’ ‘막말’

입력 2015-09-28 21:44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여성 인권을 놓고 감정 싸움을 하고 있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2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시 주석이 여성주의자를 탄압하면서 유엔에서 여성 권리에 대한 회의를 주최한다구요? 부끄러운줄 모르는군요(shameless)”라는 글을 남겼다. 클린턴 전 장관은 중국이 지난 3월 세계 여성의 날(8일)을 맞아 성폭력 반대 운동을 벌인 여성주의 활동가 5명을 구속·수감했고, 이 회의 개최가 중국과 미국의 긴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링크했다.

중국이 ‘베이징 여성 권리 선언' 20주년을 기념해 유엔과 함께 양성평등과 여성 권리 향상을 위한 회의를 주최하고 1000만 달러(약 12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중국 내에서는 여성 활동가들을 탄압하는 실상을 꼬집은 것이다. 시 주석은 189개국이 서명한 ’베이징 여성 권리 선언' 20주년을 기념해 이날 유엔과 공동으로 이번 회의를 개최하고 세계 여성사업과 유엔 여성기구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유엔 여성기구(UN Women)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자 중국은 시 주석을 비난한 클린턴 전 장관에게 발끈하고 나섰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일부 사람들은 관련 문제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중국의 사법주권을 존중할 것을 희망한다”고 반박했다. 훙 대변인은 직접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클린턴 전 관의 생각을 편견으로 일축한 것이다. 훙 대변인은 또 “중국은 법치 국가로 법에 따라 중국 공민의 합법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중국 정부의 입장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클린턴 전 장관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자매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나란히 사설을 통해 “클린턴 전 장관이 막말을 일삼는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따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클린턴이 최근 매우 자극적인 말로 중국을 비난했다”며 “그의 저속하고 예의에 크게 벗어난 표현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이든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를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