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70년댄가요?”…박 대통령·반 총장 ‘새마을 외교’ 논란

입력 2015-09-27 14:52
사진=(좌)박근혜 대통령(YTN화면 캡처) (우) 반기문 UN 사무총장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새마을 외교’가 도마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주고받은 ‘새마을’ 발언에 수많은 네티즌들은 “70년대로 회귀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개발정상회의 및 제70차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현지시간으로 26일 유엔 외교 무대에서 ‘새마을 운동’을 주제로 교감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 참석해 개회사를 통해 새마을운동의 글로벌 버전인 ‘신(新)농촌개발 패러다임’을 제안했고, 반 총장은 박 대통령 다음으로 연단에 올라 새마을운동의 국제화 사례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먼저 박 대통령이 개회사를 통해 “당시 대통령이셨던 선친께서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떠한 성공 요인들이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국민과 나라를 바꿔 놓는지 경험 할 수 있었다”며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성공 요인으로 인센티브와 경쟁, 신뢰에 기반을 둔 국가지도자 리더십, 자발적·적극적인 국민 참여 등 3가지를 꼽았다.

“새마을운동 시작 첫해에 전국 3만3000여개 마을에 같은 양의 시멘트를 나눠줬고, 어떤 마을은 노동력과 돈, 땅을 보태 공동사업을 해냈지만 어떤 마을들은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회고한 박 대통령은 “정부는 그 다음해에 잘하는 1만6600개 마을에게만 지원해 오랜 가난으로 무기력했던 농민들의 경쟁과 단합을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지도자는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철저히 차단해서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정치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순수한 열정으로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면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로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국민은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개회사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새마을 운동을 극찬을 릴레이처럼 이어갔다. 그는 “한국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새마을운동이 회원국에 도입되고 실행되고 있어 감명을 받았다”며 “새마을운동이 처음 시작할 때 공무원으로서 새마을운동을 실행으로 옮기는 노력을 했다”는 말로 환영사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제가 살던 마을과 나라가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가난했던 마을과 주민의식의 급진적인 변화를 목격했다”고 회고한 뒤 “새마을운동 성공의 핵심요소는 교육”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 할 당시 르완다에 방문했을 때 깨끗한 거리가 인상적이었는데, 당시 르완다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 책자를 보여주며 한국을 따라한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의 환영사가에 활짝 웃으며 박수를 크게 친 뒤 고개를 돌려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수많은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언제 적 새마을 운동이냐”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뉴스 아래에는 삽시간의 수 백 개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대부분 새마을 운동을 극찬한 박 대통령과 반 총장에 대한 비난이다.

“언제 적 새마을 운동이냐”고 강도 높게 비판한 한 네티즌은 “지금 우리가 70년대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시대착오적 발상이 황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도 “대통령께서는 어느 시대를 살고 계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새마을 외교라니 70년대로 돌아간 듯” “새마을 운동 특허 낼 기세네” “차기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반기문 총장이 기정사실 되는 건가?”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