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풍경]삼촌의 추석…“차라리 알바하고 싶다” 미생들의 절규

입력 2015-09-27 10:58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 김현길 기자 /서영희 기자

추석이라고 어린 조카들이 신이 났습니다. 한복도 입고 가을 벼 수확체험 같은 행사도 하면서 아주 특별한 명절을 보내고 있죠. 외국인들도 송편을 빚고 민족 놀이를 체험하며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즐기고 있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명절을 들뜰 마음으로 기다리는 건 아닙니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未)생’들의 명절은 고통에 가깝습니다.

“준비는 잘 돼 가냐?” “올해는 붙을 수 있겠지” “아직도 취업 안 됐니?” 명절 덕담이라고 던진 한 마디가 삼촌을 대변하는 ‘미(未)생’들의 가슴을 후벼 팝니다.

“올해가 몇 살이냐?” “졸업한 지 얼마나 됐지?” “공부는 잘 돼?” “너무 조급해 하지 마라”어린 조카들 앞이라며 삼촌체면을 감안해 우회적으로 묻는 어른들의 말에도 미생들은 쥐구멍이 있음 숨고 싶은 심정입니다.

명절 때마다 둘러대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취업을 못했다는 이유로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을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이 때문에 아랑을 비롯한 취업 준비생들이 모이는 각종 커뮤니티에는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하반기 공채가 코 앞 인데 올해는 꼭 붙어 사원증을 보여드리며 당당한 명절을 보내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 한 수많은 취준생들은 명절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연휴 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두문분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정부가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하루 빨리 강구해 다가오는 설날엔 비명이 환희로 바뀌어 피하고 싶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 아닌 손꼽아 기다려지는 명절이 되길. 오늘 밤 뜨는 휘영청 밝은 달보름을 보며 기원해 보겠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