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이동학(33) 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장이 25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 제안에 대해 여전히 심사숙고 중이다.
“지난번 당 대표에 당선되면 불출마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때는 그게 내려놓는 모양새로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가 생물이고 상황이 바뀌니까 이제 불출마가 내려놓는 게 아니게 됐다. 이 상황에서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어딘가로 가서 싸워줘야한다.
문 대표가 수도권 경합지역에서의 선거유세 등을 이유로 심사숙고 중이라면 수도권에 출마해도 좋다. 다 열어놔야 한다. 조국 교수님은 문 대표와 안 의원이 부산에서 바람을 일으켜야한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 지금으로선 부산이 적당하다고 보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전략적 포인트가 달라질 수도 있다. 만일 수도권으로 오게 된다면 반드시 이겨야하는 후보와 붙거나 그런 지역에 가야한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강남 같은 곳에 파격적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의 정책 아젠다 미래 비전을 두고 강하게 붙어야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수도권 등 어느 곳이든 상관없다는 거다. 불출마 철회만 하시면 된다. 그것이 혁신위 제안의 기본 취지다.”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가 제안한 ‘살신성인’ ‘부산출마론’을 거부했는데.
“많은 국민들도 그렇고 당원들도 그렇고 정치인 안철수를 망치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안 의원을 좋아하고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가 많다. 큰 지도자가 돼 주길 바라는 측면이 있다. 안 의원은 대통령 후보까지 올랐던 사람이다. 국회의원 안철수가 무슨 매력이 있나. 그는 청년세대의 부당한 상황을 바꿔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던 사람이다. 그 염원을 무시하면 안 된다. 안철수의 행보가 지역구로 확 쪼그라들면 안 된다는 거다. 노원 주민들 중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 사람들을 위해서만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안 된다. 그러려면 구의원을 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움직인다고 한다면 그 지역의 구의원과 구청장 등을 중앙정치에서 어떻게 잘 서포트 할까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안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고집한다면 노원이 아닌 강남 등 험지에 출마해서 더 큰 정치인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박지원 의원은 검찰에 공천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 탈당도 시사했다.
“참 어려운 문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공천권을 검찰에 반납한다기보다 국민의 상식에 반납한다는 게 맞다. 이때는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더 얻을 수 있을까가 잣대가 돼야 한다. 법을 잣대로 하면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하겠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는 선거라는 잣대로 보면 아프지만 불출마가 옳다고 본다. 탈당을 한다면 국민의 마음 얻는 게 더 어려워지지 않겠나. 국민들은 현명하다. 나는 국민의 시각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당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그런 결단 내려주지 않겠나. 그리고 혁신위를 상대로 '총질' '분탕질'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저급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다.”
-혁신위 제안에 묵묵부답인 다른 전직 당 대표들에 대해서는.
“지금 전제가 지금 정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치 정치해야 한다는 거다. 이 사람들에게 총질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게 박 의원 생각이다. 혁신위는 지금의 정치판을 바꾸고자 하는 거고 그러려면 우리당이 새로운 인물 등용해야한다고 본다. 정치인의 끝이 꼭 망하는 것으로 끝나야 하나. 망해서 존경도 못 받고 역사 속에서 사그라지는 문화가 아니라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의미 부여받는 게 아니면 한번 정도 의원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분들이 당원과 국민 곁으로 와서 정치학교에서 후학 양성하는 역할 맡아주시기를 바란다. 개인이 고민해주시면 좋겠고 당이 어려운 상황이니까 결국 ‘세대교체를 하겠다’ 혹은 ‘우리당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지만 내가 안고 가겠다’ 이런 어른이 있어야한다는 거다. 그게 누가 돼야할까? 주관화해서 생각하면 답을 못 찾는다. 다들 자신들은 아니라고 하니 객관화해야한다. 1석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보다 그 1석 혹여나 잃더라도 세대교체를 통해 다음 번에 이길 씨앗을 심을 수 있다고 본다. 혹은 다른 접전지역의 희생으로 인해 전체 판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더 내려놓는 팀이 국민들에게 더 감동을 주게 돼 있다.”
-마지막 혁신안이 비노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건 말도 안 된다. 가장 기득권 내려놓으라고 한 대상이 문 대표다. 기준이 어떻게 비노일 수 있나. 잘못된 비노 잘못된 친노(친노무현) 다 날려야한다. 어느 한쪽이 겨냥될 수는 없다. 이후 혁신안을 잘못 해석해 비노를 겨냥하는 결과가 나오면 모든 혁신위원들이 두고 보지 않을 거다.”
-조경태 의원이 제명 요구를 하고 나섰다.
“나는 우리 당에서도 조 의원의 이야기를 경청해야한다고 본다. 반면에 조 의원도 이번 기회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왜 생기는지 면밀히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당 밖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얻는 인기도 중요하지만 당 안에 있는 사람도 설득해야 더 큰 정치인으로 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대한 ‘험지 출마론’은 왜 마지막 혁신안에서 빠졌는가.
“언급이 안됐던 것은 아니고 모든 구성원을 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적절한 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난 아직도 선배들에게 기대를 갖고 있다. 무언가를 보여주실 시기가 꼭 지금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이면 더 좋겠지만 시기적으로 선배들이 혁신의 물꼬를 확 터주시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안병욱 윤리심판원장이 사의 표명을 했다.
“윤리심판원은 우리 당의 사법부다. 권위를 신뢰하지 않으면 무슨 필요가 있나. 누군가 배트맨 가면 쓰고 심판 해버리면 되지. 계파 갈등의 골이 깊어 심판원 만든 것 아니냐. 누가 원장 자리에 가더라도 믿어줘야 하는데 계파색을 씌우면 예수님이 와도 그 자리에서 못 버틸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친노 봐주기’ ‘비노 죽이기’ 얘기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우리가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는 단계인데 시작부터 이런 식으로 흔들리게 되면 당의 기강을 어떻게 세우겠는가. 이후 그 자리에 누가 올 수 있겠느냐. 대안으로 국민배심원제를 제안한다. 국민들을 일정 부분 참여시켜서 심판원이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받게 하자.”
-청년 당원으로서 지금 사회 현실 어떻게 보나.
“지금은 사실 사회적 합의라고 하는 게 너무 이루기 힘든 사회다. 상대방이 누군가 쓰러질 때까지 싸워야만 하는, 사람 맘 아프게 하는 사회, 다르다는 게 틀리다는 걸로 규정되는 사회다. 그래서 사회통합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고 정치가 그런 역할을 해줘야하는데 지금은 정치기능이 무너졌다. 그래서 의회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큰 틀에서 의원들이 이 점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사회적 갈등 줄여나가는데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 무엇을 얻을 것인가. 내가 저 사람에게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 뭘 양보할 수 있을까 고민했으면 한다. 크게는 여야협상, 노사정도 마찬가지다. 합의 문화가 없다. 국민연금도 사회적 합의가 돼야 풀 수 있는데 서로 무엇을 얻어낼지만 생각한다. 공격하는데 모든 에너지가 할애되고 있다. 그게 안타깝고 그 결과 부당한 사회, 정의롭지 못한, 기회의 균등이 깨져있는 사회가 됐다.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헬조선 문제가 그래서 생긴다.”
-이 문제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결국 정의로운 야당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우리당도 이부분에 자랑스럽지 못하다. 앞에서는 호통하면서 뒤에서는 결탁하고. 난 안 의원의 정풍운동에 굉장히 동의한다. 새정치연합과 야당 전체를 바로세우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문제와 가계부채문제, 일자리 문제가 총선의 화두라고 본다. 이걸 해결해나가는데 있어서 유연하게 했으면 좋겠다. ‘전부 아니면 말고’식은 안 된다. 타협에는 상대가 있는 것인데 새누리당보다 의석수에서 밀리고 사분오열되고 약자인 측면이 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무엇을 양보해야 우리가 얻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거다. 구호만 외치지 말자는 것이다. 그냥 내놓고 통과 못 시키고 끝나는 계류 법안이 수백개다. 좋은 법안들이 그냥 사장돼서는 안 된다. 우리들 스스로가 유연해져야 한다는 거다.”
-지금 정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라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 이제는 당원들이 나서야 한다. 당에 애정있는 당원들이 관망하고 나서도 목소리 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토론문화 활성화 시키면서 그게 새로운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띠 두르고 정말 열심히 해야한다. 혁신위도 그래서 원탁 토론을 했다. 최근 시흥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지역 당원 200명모시고 원탁 토론회를 열었다. 당원들을 선거에 동원만할 게 아니라 당원들 이야기 듣고 수용해야한다. 당은 당원들의 에너지를 잘 활용해야하고 당원은 이웃들의 이야기를 당에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그래야 당원과 지도부가 괴리되지 않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 목소리도 더 들어준다면 좋겠다. 지금 정치권이 청년이라는 미래 세력을 소외시키고 있다. 청년들이 마음을 줄 곳이 없다. 미래세대를 포용하지 않으면 정치에 미래가 없다. 청년들은 이념적이지 않다. 이데올로기가 없다. 그런데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옳은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면 언제든 청년과 함께 할 수 있다. 그렇게 청년 당원을 키워낸다면 민주화 세력과 미래 세대가 결합하는 미래형 정당이 될 수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인터뷰 전문 ] 野 30대 청년혁신위원 이동학 "문재인 안철수 수도권 험지인 강남 출마하라"
입력 2015-09-25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