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울고 있다” 박원순, 아들병역 의혹에 장문의 반박

입력 2015-09-25 16:27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박원순 시장은 25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아들 병역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들 병역 비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외국에서 유학중인 며느리의 학교까지 알아내 그 지도교수에게까지 온갖 협박의 메일을 보냈다더라”며 “이 무지막지한 폭력과 선동, 위협 앞에서 저는 그렇게 공격하는 사람들의 저의가 궁금하다”고 일갈했다.

박원순 시장은 “(내가) 서울시장이라는 이유 때문에 왜 아내와 아들, 가족이 가혹한 일을 당해야 하는 것이냐”며 “가족에까지 가해지는 폭력을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아들 병역문제에 대해서는 떳떳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아들은 현역을 입대했으나 허리 디스크로 인해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제대했다”며 “(공익 판정에는) 대한민국의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입각해 아무런 혐의나 잘못이 없다고 결정한 병무청, 법원, 검찰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여섯 번의 판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2012년 재검에 응해준 아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은 “재검이라는 부당한 요구에 억울했지만 공인이기에 받아 들여야 한다는 주변 조언과 아들과 아내의 설득 때문에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기관의 여섯 번의 검증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면서 “합리적 비판은 늘 경청하겠으나 근거 없는 음해와 맹목적인 비난엔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 죽이기를 넘어 우리 가족을 겁박하고 신변을 위협하는 것이 검증이냐”면서 “언제까지 참아야 하냐”고 덧붙였다.

최근 강용석 변호사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가 박주신씨 병역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 2011년 12월 현역 면제 판정을 받기 위해 병무청에 제출한 엑스레이와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2011년 8월 공군훈련소에서 찍은 사진이 다르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지난 24일 TV조선 ‘정치부장 이하원의 시사Q’에 출연해 “병무청·검찰 등 공공기관들이 여섯 차례나 무혐의로 결론 내린 사건이다”며 “자꾸 의혹을 제기하는 건 나를 음해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나를 깎아내리기 위해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이라고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글 전문.

아내가 울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성경의 시편27편 전문을 보내왔답니다.

“여호와는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 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피난처이신데 내가 누구를 무서워 하리요?(시편 27:1)”

오후 내내 울었다고,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은 상태로, 너무 울어 머리가 아프답니다.

심지어 외국에서 유학중인 며느리의 학교까지 알아내 그 지도교수에게까지 온갖 협박의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 무지막지한 폭력과 선동, 위협 앞에서 저는 그렇게 공격하는 사람들의 저의가 궁금합니다.

서울시장이라는 이유 때문에 왜 아내와 아들, 가족이 가혹한 일을 당해야 하는 것입니까?

가족에까지 가해지는 폭력을 언제까지 참아야 합니까?

아들은 현역을 입대하였으나, 허리 디스크로 인해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제대했습니다.

아들의 병역시비는 대한민국의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입각해서 아무런 혐의나 잘못이 없다고 결정한 병무청, 법원, 검찰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여섯 번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자식들에게 참 박한 아버지였습니다. 공인으로 바쁘다는 이유로 몇 학년인지, 몇 반인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학부모 모임에 한번 참석하지 못한 부족하고 못난 아비를 위해 용기 있게 지난 2012년 재검에 응해준 아들에게 지금도 고맙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사실, 지난 한 번의 재검도 부당한 요구였습니다. 억울했지만 공인이기에 받아 들여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과 아들과 아내의 설득이 있어 수용했습니다. 재검 후 밑도 끝도 없는 음해와 거짓선동을 했던 사람들에게 두 번의 관용을 베풀었습니다.

시장으로 시민의 삶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한 가족의 가장으로 가족의 삶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서울시장 아들’로 살아갈 날보다, '박주신'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들입니다. 국가기관의 여섯 번의 검증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앞으로도 합리적 비판과 다른 의견은 늘 경청하겠습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음해와 맹목적인 비난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명백하게 틀린 주장에 위축되거나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원순 죽이기’를 넘어 우리가족을 겁박하고, 신변을 위협하는 것이 검증입니까? 언제까지 참아야 합니까?

추석에도 먼 타국에서 아버지를 대신해 성경을 의지해 기도로 두려움과 불안을 견딜 아들 주신아, “많이 힘들지? 미안하구나.”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