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미국 정부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사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대규모 군(軍) 전력화 사업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5일 방위사업청에 KF-X 사업 관련 현황자료와 절충교역 협상자료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들 자료를 토대로 2013년 우리 군의 차기 전투기로 F-35A를 제안한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와 KF-X 개발기술 확보를 위한 절충교역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사업관리본부장과 항공기사업부장, 차기 전투기 사업 및 KF-X 절충교역 관련 전현직 담당자들을 청와대로 보내 관련 상황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청와대가 방위사업청에 KF-X 사업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관련된 사실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검증 또는 조사 과정에서 방사청 등의 정책적 결정에 허점이 있거나 비위 개입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초대형 국책사업인 KF-X 사업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질 경우 사업 차질도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될 KF-X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개발 완료가 목표였으나 미국 정부의 4대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당초 목표시점 내 완성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 상태다. 미국은 지난 4월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 등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했던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또 장비와 항전체계를 통합운용할 수 있는 체계통합기술 이전도 거부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이들 4대 핵심기술의 대외유출을 엄격하기 금지하고 있지만 한·미동맹 관계를 고려해 미 측에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4대 기술을 제외하고 나머지 KF-X 개발에 필요한 기술 21개 제공을 F-35A 계약 사항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남혁상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nam@kmib.co.kr
청와대, KF-X사업 조사 착수. 중대 기로
입력 2015-09-25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