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위기에 직면했다. 청와대가 25일 본격적으로 집중검증에 들어감에 따라 검증결과에 따라 사업의 추진여부가 재검토될 수도 있다. 청와대가 조사에 들어간 것은 이번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방위사업청에 요청한 자료는 이번 사업의 ‘절충교역’과 ‘핵심기술이전추진경과’이다.
◇핵심기술이전 요청과정 제대로 됐나= 미국으로부터 이전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4대 첨단 능동주사(AESA)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 등 4대 핵심기술과 이 장비들을 항공기와 연동시키는 체계통합기술 요청과정이 적절하게 이뤄졌느냐가 이번 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핵심기술 선정과정과 협상과정, 관련자들의 노력과 상대국 반응 등이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사청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처럼 홍보한 이유도 조사대상이다.
방사청은 사업추진 초반부터 F-35 도입계약 절충교역을 통해 이 기술들을 받아올 수 있을 것처럼 홍보했다. 절충교역이란 외국에서 무기를 도입할 때 구매 대가로 우리가 필요한 기술을 이전 받거나 우리 부품을 사도록 하는 것이다. 방사청은 미국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F-35 전투기 40대를 구매하면서 4대 핵심기술을 포함한 25개 기술이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미 정부는 4개 기술에 대해 이전을 거부했다. 방사청은 뒤늦게 “이 기술들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이전해준 적이 없다”며 “가능성은 없지만 시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F-35를 판매하는 미국 록히드마틴사도 절충교역 협상시 이 4개 기술이전은 힘들다고 했다. 애초부터 실현가능서이 극히 낮은 일을 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해온 셈이다. 혹 F-35도입에 힘을 싣기위해 과장한 것인지도 조사대상이다.
또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려면 방사청뿐 아니라 국방부와 외교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 접근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사청 전담조직만으로는 거대 미국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어렵게 아이(한국형전투기사업)를 임신시켜놓고 임신부를 방치한 형국”이라며 “방사청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라는 비난도 나온다.
◇이전 거부된 핵심기술 보완 방안 있나 = 방사청은 미국이 줄 것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핵심인 AESA레이더는 국책연구소와 업계에 따르면 3단계 개발과정에서 이미 2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RST는 핵심되는 소수기술만 확보되면 된다. 나머지 2개 기술은 이미 90%정도 완성한 상태다. 따라서 목표기한 내 이들 4개 핵심기술개발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이 기술들이 실제 활용되려면 서로 연동이 되고 항공기와 무장체계 등 다른 부분과도 연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통합기술을 필요하다. 이 기술은 미국과 유럽이 갖고 있지만 제3국에 이전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과연 미국의 기술이전 없이 우리기술로 전투기 개발이 가능한 지와 유럽 등 제3국의 지원이 방사청의 주장대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지 정밀하게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기술수준을 부풀리지 않았는지, 유럽 업체들의 기술이전과 성공사례 등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전력화 시기 맞출 수 있나 = 청와대가 방사청의 핵심기술보완방안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이 사업은 동력을 얻어 다시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하다고 볼 경우 대안을 찾을 때까지 지연되거나 전면 재검토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2025년 개발완료 2030년 양산’한다는 일정을 맞추기 힘들다. 전력화 시기가 지연되면 공군 전력의 공백이 우려된다. 이 사업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 F-4/5를 대체하는 미들급 전투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공군은 운영수명이 다한 이들 전투기들을 도태시키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 100여대의 전투기가 모자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영공방위에 구멍이 생긴다는 소리다. 군사문제전문가들은 “우리기술을 개발해 추진하는 사업에는 위험성이 따르지만 얻는 것도 적지 않다”며 “전력화에 차질이 없도록 가능한 빨리 조사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한국형전투기사업, 예정대로 갈수 있을까
입력 2015-09-25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