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꼈어, XX’ 덩치 버스남 영상 6000개 조롱 씁쓸

입력 2015-09-27 00:10
한 페북스타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왼쪽)과 이에 달린 수천개의 조롱 댓글. 페이스북 캡처
몸이 불편해 보이는 남성을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조롱 댓글을 유도한 한 페북스타의 글 캡처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한 남성이 버스를 타고 가는 페이스북 영상에 수만명이 조롱하는 댓글이 달아 씁쓸함을 주고 있습니다. ‘좋아요’를 많이 받으려고 영상을 올리고, 또 거기에 댓글을 달면서 낄낄거리는 네티즌들의 모습, 참 거북합니다.

문제의 영상은 한 ‘페북 스타’가 23일 올린 영상이었습니다. 그의 페친(페이스북 팔로워)는 7만7000명입니다.

그가 올린 영상은 5초짜립니다. 한 남성이 버스 좌석에 앉아 몸을 앞뒤로 흔드는 모습입니다.

그는 영상을 올리며 “제목 배틀을 시작한다”며 1등에겐 상품이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또 “팔로우하면X꿀잼‘이라며 자신의 페이지를 팔로우하라고 유도했습니다.

영상 속 남성은 어딘가 불편해 보입니다.

그런데 영상 아래는 순식간에 그 남성을 조롱하는 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영상이 올라온 지 하루도 채 안돼 댓글은 5600개가 넘었습니다. 좋아요 2400개나 받았고요. 대부분 덩치가 있는 남성의 외모나 그의 특이한 행동을 놀렸습니다.

‘엉덩이 꼈어, 안 빠져 XX’

‘여기서 내려야 하는데 못 일어나겠어.’

‘돼지두루치기’

‘옆에 햄버거 집이 있는데 지나쳤다’

간간히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조롱 댓글을 유도한 사람도 그런 댓글을 쓴 사람도 모두 문제가 있다” “엄연한 인격 모독이다” “다들 무슨 짓이냐” 등 댓글을 달았지만 수천 개 조롱 사이에 금새 파묻혔습니다.

더 기가 찬 것은 이 페북의 이중성이었습니다.

그는 버스에 탄 남성의 영상을 올리기 전 ‘오원춘 세트’로 문제가 됐던 대학 축제 사진을 올리며 준엄하게 꾸짖었네요.

‘범죄 주점이라는데 생각 없다. 피해자가족들을 2번 울리는구나’라면서 말입니다.

버스남 영상에 조롱 댓글을 유도했던 그 행동은 어떤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영상을 올린 이와 조롱 댓글을 단 분들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아요’만 갈구하는 ‘따봉충’은 아니신지요.

신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