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알수 없는 서울 민심” 내년초 정국 흐름이 변수

입력 2015-09-25 07:55

서울은 근래 들어 총선 때마다 다수 지역구를 차지한 정당이 뒤바뀔 정도로 다른 어느 지역보다 표심의 변동이 심했다.

그것도 여야가 엇비슷한 수준에서 승패가 뒤바뀌는 팽팽한 경쟁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정당을 완전히 바꿔치기하며 특정정당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는 롤러코스터같은 투표 결과를 보여왔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30석)과 통합진보당(2석) 등 야권 의석은 새누리당(16석)의 2배였다. 반면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0석을 얻은 반면 통합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은 7석으로 참패했다.

'노무현 탄핵풍(風)'이 거셌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16석으로 열린우리당(새정치연합) 32석의 절반에 불과했고, 그 4년 전인 16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 27석, 새정치국민회의(새정치연합 전신) 18석으로 그나마 쏠림현상이 덜했다.

이런 현상은 지역색이 옅고 표심의 가변성이 높은 유권자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보수·진보의 이념이나 영·호남의 지역적 호불호에 덜 영향을 받으면서 정국의 상황이 표로 연결되다 보니 특정정당이 번갈아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이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서울은 총선 때마다 여야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적인 상징성이 큰 데다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서울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의석수 편차가 심해지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서울 표심잡기에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불과 몇 %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아슬아슬한 승부가 펼쳐지는 경우가 많아 막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 서울이다.

'수도 서울'의 상징성에다 총선 때마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서울에는 중량감있는 정치인의 대결에서부터 시작해 선거 때마다 한 번씩 당락을 주고받는 '리턴매치'가 어느 지역보다 많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종로는 이번에도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 간 대결이 예상되지만 누가 최종 후보로 나설지는 오리무중이다.

지역구 현역인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이 6선 고지를 노리고 있지만 당 혁신위원회로부터 열세지역 출마 등 살신성인을 요구받아 변수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천차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16~18대 내리 3선을 한 박진 전 의원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정인봉 전 의원이 공천을 향해 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오 전 시장에게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 지역구인 노원병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내년 노원병 총선은 차기 대선주자들의 예비전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이 곳은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했다. 안 의원도 당 혁신위로부터 열세지역 출마를 요구받았지만 일단 지난 2013년 4·24 보궐선거 때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내세워 거부하고 있다.

리턴매치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곳은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과 새누리당 이성헌 전 의원이 포진한 서대문갑이다. 연세대 81학번 동문인 두 사람은 16~19대 네 번의 총선에서 한 번씩 금배지를 주고받으며 '2 대 2'로 동률을 이룰 정도로 '영원한 맞수'로 통한다.

새정치연합 오영식 의원과 새누리당 정양석 전 의원이 두 번의 승부에서 한 차례씩 승패를 주고받은 강북갑에서는 세 번째 리턴매치가 벌어질 수 있다.

도봉을은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과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이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 1 대 1 동률을 이룬 곳이다. 마포갑 역시 두 차례 승부에서 각각 1승1패를 기록중인 새정치연합 노웅래 의원과 새누리당 강승규 전 의원의 리턴매치 가능성이 있다.

강서갑에서는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과 새누리당 구상찬 전 의원이 최근 2번의 총선에서 한 번씩 승리를 주고받은 가운데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김정록 의원도 공천 경쟁에 가세한 상태다.

이밖에 새누리당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에 대한 설욕전에 나선 영등포을,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 맞서 새정치연합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과 김희철 전 의원, '안철수 키즈'로 분류되는 박왕규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 3자의 뜨거운 당내 공천 경쟁이 예상되는 관악을도 지켜볼 지역 중 하나다.

박원순 서울시장 참모들의 출마도 관심사다. 임종석 정부무시장은 새누리당 이재오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서대문을 출마설이 나돌지만 최종 출마지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권오중 전 정무수석은 서대문을 출마를 준비중이며,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동작을 전략공천을 받았던 기동민 전 정무수석은 아직 지역구를 정하지 못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이었다가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금태섭 변호사는 서울 출마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에서는 당내 공천 경쟁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초갑에서는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을 향해 이혜훈 전 의원이 지역구 회복을 위한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강석훈 의원이 현역인 서초을에서는 박성중 진익철 전 서초구청장이 도전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역시 선거구획정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서울의 지역구는 48개이지만 1개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구 하한선에 못미치는 중구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고, 현재 각각 2개의 지역구가 있는 강남구, 강서구의 경우 인구 증가에 따라 지역구가 1개씩 추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