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혁신위의 뺄셈정치

입력 2015-09-24 16:42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인적쇄신안’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도 결코 유리한 전략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혁신위는 연쇄탈당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비주류 진영은 혁신위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에게 ‘부산 동반 출마’를 요구한 것부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 대표는 현재 지역구가 부산인데다 부산에서 변호사 및 정치 활동을 해 온 반면, 안 의원은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해 기반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다.

안 의원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정치발전을 이루기 위해 서울 노원에서 정치를 시작했는데, 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 정치신념까지 버리라는 요구는 과하다”며 “노원구 주민은 혁신위가 말하는 국민과 다른 사람들이냐”고 반문했다. ‘부산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문 대표 측도 형평성 논란이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중진의원들과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험지 출마’ 요구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한 당직자는 “국회에 들어온 지 2년 밖에 안 된 안 의원의 기득권과 3~4차례 이상 당의 공천을 받은 중진의원 및 86그룹의 기득권 중 어느 쪽이 더 큰 기득권이냐”고 반문했다.

전직 당대표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다른 지역구로 옮기는 것을 혁신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지역마다 지난 4년간 열심히 준비해 온 거점 정치인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무작정 열세 지역으로 가라고 하면 결국 여당에 의석을 헌납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혁신위가 ‘이기는 혁신’을 한다고 하더니 결국 ‘뺄셈 정치’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혁신안이 선거공학적으로도 불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혁신위는 의석을 다소 잃더라도 혁신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혁신위는 자신들이 ‘험지’로 분류한 부산에서 3선을 한 조경태 의원을 잃더라도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전체 관점에서 보면 한 석(조 의원)을 잃는다 해도 정당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 훨씬 더 이런(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쇄 탈당도 일어날 것으로 보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당대표들에 대한 험지 출마 및 용퇴 요구도 결과적으론 내년 총선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질 않는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혁신위가 용퇴론을 먼저 꺼내는 바람에 당사자들이 ‘결단’을 내려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등 떠밀려 한 모양새가 돼 ‘혁신’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 한 달 전에 꺼냈어야 할 얘기를 너무 일찍 꺼내는 바람에 산통이 깨졌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9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 포인트, 응답률 4.9%)에서 응답자의 78.2%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이 승리할 것’이라는 응답은 9.4%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