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발사가 임박한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발사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을 무기삼아 향후 전략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미국 CNN방송에 새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공개하고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도 허용했다. 북한 우주개발국의 현광일 과학개발국장은 인터뷰에서 “최근 몇 주간 여러 부분 진전이 있었으며 더 나은 기반에서 더 나은 위성을 운반하고자 발사 장소를 고르는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4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 없으며 차량이나 인원의 움직임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 또한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구체적인 미사일 발사 일자와 시각 등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있다. 2009년과 2012년 인공위성 발사 당시 한달쯤 전에 날짜와 시각, 위험지역 등을 통보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4일 국가우주개발국장이 “조선의 위성들이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날아오를 것”이라고 말한 게 전부다.
북한의 이러한 모호한 태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사일을 발사하기보다는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더욱 강조하려는 의도로 본다”면서 “아직까지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미사일을 발사하는 즉시 자신들의 기술 수준이 드러난다는 데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선 말을 꺼내놓은 뒤 주변국의 반응을 기다리다가 여의치 않으면 실제 행동에 옮기려는 의도”라면서 “실제 무력행사로 갈지, 아니면 열병식에서 신무기를 과시하는 수준으로 그칠지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월 10일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쏠까, 안 쏠까… 北, 미사일 발사 두고 ‘전략적 모호성’ 내세우나
입력 2015-09-24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