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 2]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입력 2015-09-24 15:25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요아힘 바우어/책세상

현대인들의 일에 대한 생각이 혼란에 처한 것은 맞다. 일 중독자와 일 혐오자가 공존하면서 편향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말로는 일을 혐오한다면서도 머리로는 일을 절대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일에 대한 생각과 현실 사이에 중대한 괴리가 있으며, 일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는 게 해결책이 될 것 같진 않다. “우리에게는 일에 대한 새로운 생각,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는 일의 이중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 오늘날의 노동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균형을 모색한다.

“인간이 노동을 시작한 이래로 일은 놀라운 가능성과 위험성이라는 이중성을 띤 프로젝트였다. 이 이중성은 오늘날까지도 변함이 없다. 다만 인간과 노동이 만나는 환경과 상황이 새롭게 변화했을 뿐이다.”

일은 언제나 가능성과 위험성, 행복과 질병, 기회와 소외 등의 상반된 두 측면을 함께 포함하고 있었다. 변하는 것은 인간과 노동이 만나는 환경과 상황이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을 두 겹의 눈으로 주시한다. 하나는 역사라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의학의 눈이다. 이 책이 기존의 책들과 구별되는 것은 두 번째 눈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요아힘 바우어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병원 교수로 노동이 인간의 정신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신의학적,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오래 연구해 왔다.

“일에 관계된 육체적 부하는 1980년대 이후 서구에서는 감소되고 있고 오늘날 서유럽의 많은 직업 영역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서유럽 국가에서는 가속화, 조급화, 파편화, 멀티태스킹과 같은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정신적 부하, 신경생물학적 부하가 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정신 건강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현대 노동이 초래하는 건강 문제의 핵심은 육체적 질병이라기보다 스트레스, 우울증, 번아웃(소진증후군) 등 정신적 질환이라는 진단이다. 다시 말하면, 노동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현대의 중요한 노동 문제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80년대 이후 노동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80년대 초반에 등장한 ‘신자본주의 문화’가 노동의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그것이 어떤 건강 문제를 초래했는지 각종 통계와 논문들을 동원해 정밀하게 파헤친다.

가장 심각한 병인은 현대 노동의 특징이 돼버린 일자리 불안이다. 이 불안 때문에 노동자들은 시간과 성과의 압박, 장시간의 통근, 수당 없는 연장 근무, 직장 내 연대감 해체와 개인주의화, 업무 시간 외에도 항시 연락 가능한 상태, 일과 삶의 불균형 및 경계 붕괴, 심신 회복 요구 무시, 일상의 빈곤화 등을 견뎌내고, 그러느라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한병철 교수는 ‘피로사회’라는 책에서 이런 상황을 “(정신적) 면역체계의 붕괴 상태”에 비유했다.

우리는 일을 통해 행복을 찾아야 하지만, 일을 하느라 병에 걸려선 안 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다. 저자는 구약성서에서 마르크스까지 일에 대한 찬반양론을 훑어보고 에른스트 윙거, 에른스트 블로흐, 한나 아렌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이 제출한 노동에 대한 주목할만한 관점들을 검토하면서 독자들을 편향된 논의에서 끄집어내고자 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