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담화 사전논의했던 日각의 ‘헛껍데기’ - 낭독한 뒤 일사천리 통과

입력 2015-09-24 14:08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4일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아베담화)가 각의에서 제대로 된 논의되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총리관저가 공개한 각의 의사록을 24일 확인한 결과, 담화 발표 직전인 지난달 14일 오후 임시 각의에서 이뤄진 아베 담화에 관한 논의는 문안을 낭독한 뒤 이견이 없음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관방 부장관이 담화 낭독을 마치자 사회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이 담화 문안은 이미 총리가 퇴고를 거듭한 것”이라며 “괜찮은가”라고 묻는다.

이어 스가 장관은 “특별히 의견이 없는 것 같으니 이 안으로 결정하겠다”고 바로 논의를 마무리했다.

또 당일 오후 6시부터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발표할 예정이니 각료들이 담화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하고서 “담화안을 회수할 것이니 그대로 자리에 놓아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총리관저는 아베 담화를 두고 자민당이나 연립여당인 공명당 측과 사전조율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총리 담화’라는 자격을 얻는 공식절차인 각의는 일방통행 식으로 끝난 셈이다.

도쿄신문은 “아베 정권에서는 모든 것을 사전 조정한 후 각의에 올린다. 자유롭고 활발한 논의는 생기지 않는다”는 전직 각료의 발언을 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작년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각의와 각료간담회 의사록에 대부분 형식적인 내용만 기재돼 있으며 각의와 각료간담회를 합한 평균 소요 시간도 12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각의가 껍데기만 남았다며 스가 장관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이런 분위기를 조장한다고 평가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