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1학기 결산 시즌이 지나면서 학생들이 총학생회 등 학교 예산을 받는 자치기구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은 학교 본부의 대항점에 있는 학생회 등 자치기구에 대해서는 웬만해선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없었지만 이제는 자치기구도 학생들의 검증 눈길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24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학생회비 인상, 총학생회의 가치는 인상되었습니까?'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최근 나붙었다.
이 대자보에는 학생회비가 7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된 데 대한 구체적인 사유가 공지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학생회비가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도록 예·결산안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를 쓴 학생은 "매학기 1000만원에 달하는 학생회비를 사용하는 총학생회가 결산 대자보를 붙이거나 회계를 공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1학기 전학대회 때 두 줄짜리 예산안을 내놓아 예산안이 부결되자 중앙운영위원회 의결로 학생회비를 사용한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학생회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 학생은 대자보 지지 서명을 받아 최근 총학생회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성대 총학생회는 문제가 불거지자 21일 전학대회를 열어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전학대회에서 1학기 결산안과 2학기 예산안 등을 모두 공개했다. 그날 이들 안이 모두 가결됐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학생은 "총학생회장이 문제가 지적된 부분에 대해 계속 사과하며 1학기 결산 대자보를 조만간 게시판에 붙이는 등 이른 시일 내에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해 학생들이 기회를 주고 제대로 약속을 지키는지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학생이 "총학생회가 회비 사용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며 검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총학생회는 '2015년 3∼8월 자치회비 결산안'을 총학 인터넷 카페에 한꺼번에 게재했다.
그러나 현금영수증이나 통장 내용 등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덧붙이지 않아 학생들의 항의는 계속되고 있다.
경희대 주보는 최근호에서 "'(자치 단체의) 모든 재정은 투명하게 사용, 공개하고 학기마다 결산 보고를 한다'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회칙이 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동아리연합회, 대학원 학생회 등 학교 예산을 받는 다른 자치기구들도 각종 비리 의혹을 받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지난 학기 숭실대에서는 동아리연합회장이 노래방비와 술값 등을 포함한 회식비용 450만원을 운영비 명목으로 지출하고 집행부원 6명에게 10만원씩 총 60만원을 장학금으로 준 사실이 총학생회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났다.
총학생회는 동아리연합회장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6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회장직에서 탄핵했다.
7월에는 대학원 학생회비 수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전 인천대 대학원 학생회장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내돈 어디에 썼나요?” 대학 총학생회 회비 미스터리
입력 2015-09-24 06:52 수정 2015-09-24 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