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린 “썩지 않은 정결한 통로 되도록 받은 은혜 흘려보내야”…스타인헤븐

입력 2015-09-24 07:00
배우 이아린과 예비신랑 조윤혁. 사진=월드휴먼브리지 제공.

“리브가에게 축복하여 이르되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머니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 문을 얻게 할지어다” (창세기 24장60절)

배우 이아린이 지난 4월 대규모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네팔 땅을 직접 밟았다. 이아린은 국제구호기구 NGO 월드휴먼브리지와 먼던 마을, 너야가웅 마을, 꾸빈데 마을 등 3개 마을을 돌아보았다. 철판하우스로 지은 집과 학교, 교회 등을 돌아보며 피해 현장이 어떻게 복구 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네팔의 재건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직접 묻고 경험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월드휴먼브리지 홍보대사인 이아린은 월드휴먼브리지가 긴급구호와 재건 등 마을의 회생을 돕기 위해 마을 지도자와 여러 이야기들을 나눌 때 네팔의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작은 장난감조차 구하기 어려운 깊은 산골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짧은 시간이나마 마을에 갈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아린은 만나는 아이들마다 눈을 마주치고 손을 쓰다듬어주었다. 지저분한 아이들의 손은 닦아주었다. 쾌활하고 밝은 목소리로 네팔어로 먼저 간단한 인사를 건넸고 영어 알파벳을 알려주며 아이들과 소통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이동 중에 틈틈이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했고 아이들을 만날 때는 늘 사랑이 가득한 환한 미소로 응했다.

이아린은 현지시각으로 23일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에서 200km가량,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신두팔촉 지역의 산골마을 꾸빈데를 방문한 이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하나님이 저에게 연기자의 직업,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주신 것은 이 직업으로 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받은 은혜와 감사를 다른 이들과 나누라고 하시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정결한 통로가 되도록 받은 은혜를 계속 흘려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 네팔 방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 처음 들었나요.

“사실은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한테 봉사를 권면하고 싶었어요. 그 동안 교육봉사와 요리기부 등 봉사를 했었어요. 봉사와 재능기부 등을 하면서 기쁨이 넘쳐서 주변 지인들에게도 권면을 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홍보대사 자격으로 간다면, 제 일이니까 마음 놓고 봉사 하고 어느 매체에 소식이 실리든지 맘이 편해서 너무 좋았어요. 이런 기회가 와서 감사했습니다.”

- 지진 피해가 심각했던 세 마을을 둘러보았는데요. 직접 와보니 어땠나요.

“뉴스나 TV에서 접했던 것보다 현장이 훨씬 더 가슴 아팠어요. 뉴스를 통해서 접할 때는 기도해야겠구나 싶었는데 여기에 와서 보니까 직접적으로 더 와 닿았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마음이 힘든 분들이 많거든요. 근데 여기는 집이 무너졌는데도 웃음을 잃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행복의 기준이 물질이 아니구나’ 다시 느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는 것이었어요. 봉사를 하러 이곳에 왔는데 선교의 마음을 품게 됐습니다.”

- 네팔의 아이들이랑 짧은 시간이지만 열정적으로 사랑을 담아서 놀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예전에 파티플레이어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때 아이들이랑 많이 놀아주었었는데 네팔 아이들도 한국 아이들과 똑같더라고요. 단거 좋아하고 많이 웃으면서 게임하는 것 좋아하고. 네팔의 아이들을 보면서 한국 아이들과 놀았던 것처럼 웃음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순수한 아이들이 한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함께 놀았어요. 저도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오는 10월24일 3살 연상의 목회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네팔 봉사활동 여정에 함께 참여했어요.

“여행을 하던 선교를 하던 무엇을 하더라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 꿈이 야구선수 커쇼였거든요. 야구를 해서 돈을 벌고 아프리카를 가서 선교를 하는 삶이죠. 저도 그 삶을 동경해 왔는데 정말 그 뜻을 가지고 같이 살아갈 남자가 있을까 그랬는데 같은 비전을 가지고 사역을 하고 아이들을 섬겨 줄 수 있는 사람을 하나님이 보내주셨어요. 참 감사합니다. 이번 네팔에서는 남편과 어린이사역에 집중했는데요. 함께 아이들을 챙기고 아이들에게 한마디라도 더 건네고 소통하려고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돕는 배필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 아이들을 위한 과자도 직접 한국에서 사오고, 네팔 어머니들을 위해 수세미도 선물로 가지고 왔더라고요.

“결혼을 앞두고 받은 말씀이 창세기 24장60절 말씀이었어요. 천만 가정의 어미가 되겠다는 소망을 품게 됐고 천만 가정을 먹여 살리는 문화사역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서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문화사역배우가 된다면 진정한 행복인 듯해요.”

- NGO 단체의 홍보대사로 함께 하는 여정은 네팔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떠셨나요.

“NGO 단체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작은 후원이 모여서 네팔에 물탱크를 만들고 철판가옥과 학교를 짓는 등 정말 실질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향한 도움을 몸소 느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두 손을 만들어주신 이유는 한 손으로는 나를, 다른 손으로는 다른 사람을 도우라고 지으신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월드휴먼브리지와 함께 한 이번 네팔 여정은 저에게도 큰 은혜였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팔 여정으로 연예인으로서 책임감이 들었어요. 유혹이 많은 연예계 생활에서 내가 더 정신을 차리고 더 제대로 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 하나님이 제가 좋아하는 배우의 일을 할 수 있고 봉사도 할 수도 있게 허락해주셨는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2차적으로 하나님이 왜 우리에게 이런 은혜를 주셨는지 생각해야하는 것 같아요. 그건 이 은혜를 나 혼자 누리는 게 아니라 흘러 보내라고 주신 것 같아요. 내가 받은 은혜를 누군가에게 흘려보내는 것이 나도 썩지 않은 정결한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