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소비자 속였다”…美 법원에 집단소송 봇물

입력 2015-09-23 18:33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터지자마자 미국 법원에 차주들의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집단소송을 낸 차주들은 “폭스바겐이 연비와 저감장치에 대해 거짓말을 해 기만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시애틀의 로펌 헤이건스 베르만은 미국 20여개주의 폭스바겐 차주들을 대표해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 집단소송은 스캔들이 터진 지 4시간 만에 제기됐다.

이어 시애틀의 다른 로펌 켈러 로어백, 앨라배마의 로펌 마스탄도 앤 아르트립, 캘리포니아의 변호사 데이비드 벤들러 등도 폭스바겐 차주들을 대리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인단 중에는 변호사들과 로스쿨의 환경법 교수 등이 포함됐다고 AFP는 전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미국에서 판매한 48만2000대의 디젤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 검사를 받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꺼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미국 환경보호청의 배출가스 검사를 통과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차주들은 소장에서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와 연비에 대해 사기를 치면서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광고를 해 연방과 주 관계 법령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에 참가한 한 차주는 “나는 깨끗한 디젤차라고 약속받고 폭스바겐 골프를 사는데 웃돈을 냈다”면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는 보통차보다 낫다고 했고, 연비도 좋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 전역에서 적어도 25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변호사들은 소송제기 사실이 알려진 이후 참여를 원하는 차주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집단소송을 제기한 헤이건스 베르만에는 이메일과 문의전화가 2000여건 쏟아졌다.

폭스바겐은 배출장치 조작이 의심되는 EA 189 타입 엔진 차량이 1100만대라고 자인했다. 폭스바겐이 앞으로 소송과정에서 얼마의 책임을 지게 될지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폭스바겐은 이번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과 관련한 비용으로 73억 달러(약 8조7000억원)를 책정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