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현재 '246명 대(對) 54명'인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일단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지역구 의원 증원을,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의원 유지 또는 증원을 각각 요구하면서 여야 간 대립은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여야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까지 '세력'을 형성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이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 획정 기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여야 지도부 차원의 협상을 통한 정치적 일괄타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나아가 국회의원 각자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 만큼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도 쉽사리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넘길 것이란 예상도 만만치 않다.
만약 여야 지도부가 일괄타결 방식의 '빅 딜'을 할 경우 막판에 가서 기존 잠정합의를 깨고 의원 정수를 늘려 서로 조금씩 이득을 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야당 일각에선 의원 정수 증원 요구가 표면화하고 있다.
이 같은 대립 분위기는 23일 오랜만에 재가동한 국회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여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달린 끝에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은 물론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가 덜 줄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농어촌 지역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비례대표 축소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획정위 안대로라면 최대 6개군(郡)을 관할하는 과대 선거구가 나올 것"이라며 "농어촌 지역구를 어떻게 지킬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지역구 증원을 주문했다.
같은당 경대수 의원은 "정수는 300명으로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는 가급적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가세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은 "균형발전이 중요한 가치이나 국회의원 지역의석수로만 지켜질 수 있는 가치인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자기 지역구 이해관계만 남았는데 획정위를 만든 본래 취지로 돌아가자"며 획정위의 결정에 정치권이 개입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비례대표를 줄여 농어촌 지역구를 보완하자고 할 게 아니라 의원 정수를 먼저 말해야 한다"며 비례대표와 의원 정수 증원을 동시 주문했다.
새누리당은 선거구획정위가 지역구를 244~249개 사이에서 선택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반발하면서 농어촌 지역구 유지를 위해 지역구를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내부에선 농어촌 의원들이 요구하는 '농어촌 특별선거구'를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개특위 소속인 박민식 의원은 PBC 라디오에 출연해 "농어촌 특별선거구나 다른 예외조항을 두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또 새정치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 결국 의원수 증원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일부 야당 의원 사이에선 비례대표를 줄이지 않고자 의원정수 확대가 필수적이란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의원은 "야당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는 본심은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달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국민 여론이 이것을 오케이(동의) 안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를 고수하되, 제도 도입이 무산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거나 최소한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당내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구 의원 감소를 거부하며 사실상 여당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점이다. 이윤석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 10명은 새누리당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농어촌 지역구 감축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야당 내부에서 의원 정수 증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도 변수다.
정개특위 위원인 신정훈 의원은 이날 개인성명을 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유지하면서 농어촌 대표성을 살리려면 현실적으로 의원 정수를 증원해야 한다"면서 "헌재 결정에 따라 늘어나는 수도권 의석수 만큼 최소한도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농어촌 의원들의 목소리는 여야 내부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농어촌 특별선거구' 신설이란 대안까지 제시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지역 의원 9명은 이날 공동회견을 열어 지역구 숫자를 244~249개 범위에서 정하겠다는 획정위 결정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획정위 안대로 되면 강원도에는 최소 선거구인 서울 중랑구보다 500배 이상, 서울 전체의 10배에 달하는 면적의 '괴물선거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지역구 증원론자임에도, 이 같은 농어촌 특별선거구 신설안에 대해 "편법으로 가는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한편 선거구획정위는 이날 밤과 24일 오전 이틀 연속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구 숫자를 244~249개 범위에서 확정한다는 당초 결정을 더욱 구체화해 단수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246개 또는 249개로 확정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획정위가 지역구 개수를 단수로 확정하면 각 지역구의 변동 상황도 내부적으로 사실상 정해지는 것이어서 정치권이 느끼는 압박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여야는 지금 지역구 제로섬 게임중” 농촌당 탄생?
입력 2015-09-23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