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3일 당 혁신위원회의 내년 총선 때 열세지역 출마 요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혁신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대표에게 "국민을 감동시킬 자기희생을 요구한다"며 기존의 불출마 입장 철회와 부산 출마를 요구했다.
안 전 대표에게는 "열세지역 출마를 비롯한 당의 전략적 결정을 따라달라"고 호소했다. 출마지역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현재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대신 고향인 부산 출마를 사실상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심사숙고하겠다"며 불출마 입장을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안 전 대표는 "총선 전략은 이후에 고민하는 게 순서"라며 즉답을 피했다.
두 사람의 부산 출마설은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거론돼 왔다. 부산이 야권의 불모지이긴 하지만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39.9%로 40%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렸는데, 이는 2002년 노무현 후보 때 29.9%보다 10%포인트나 높은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경남 출신이자 대선 주자급인 두 사람이 부산에 출마한다면 부산의 선거 판도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 수도권이나 충청 등 여타 지역 득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출마론자들의 주장이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요구에 대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 누구나 희생하고 근심하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며 "심사숙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 당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희생해야 하며, 저는 대표인 만큼 솔선수범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부산 출마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심사숙고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지만 부산 출마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는 자신이 전권을 부여하고 대표직 재신임과 연계시킬 정도로 비중을 둬온 혁신위가 어렵게 꺼낸 부산 출마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현실론이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최근까지 전체 선거전을 진두지휘할 대표가 부산에 묶이는 것이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은 지역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원병은 서민 중산층이 아주 많이 모여서 사는 곳이고 제가 그 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드리겠다고 처음에 정치를 시작하면서 약속드렸다"고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에둘러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혁신위에서 여러가지 안들이 나왔지만 본질적 혁신에 먼저 충실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총선 전략은 이후에 고민하는 게 순서"라고 말해 열세지역 출마 가능성을 닫진 않았다.
지역구를 옮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지만, 혁신위가 선당후사, 살신성인을 주문하며 간곡하게 요청한 사항을 단칼에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본질적 혁신이 마무리되면 출마 여부를 재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어진 질문에도 본질적 혁신과 국민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野혁신위, 문재인-안철수 부산 동시 출마 요구” 문 “심사숙고” 안, 사실상 거부
입력 2015-09-23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