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해체하며 인적 쇄신 폭탄…왜?

입력 2015-09-23 17:30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23일 장고 끝에 혁신안이 ‘유야무야’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인적쇄신 폭탄’을 투하했다. 그러나 김한길 안철수 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 진영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인적쇄신 대상에 포함돼 봉합 국면의 당내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당후사’ 대 ‘비주류 쳐내기’=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와 김한길 안철수 정세균 문희상 이해찬 전 대표 등 전·현직 당대표들의 ‘험지 출마’를 촉구하며 문 대표의 부산 출마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문 대표가 ‘결단’하면 전직 대표들에게로 ‘정치적 낙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혁신위는 문 대표의 지역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같은 당 배재정 의원이 문 대표의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있어 복귀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붙으면 제일 좋고, 또 그것이 문 대표 본인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의 인적쇄신안이 비주류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혁신위가 비리·부패 혐의로 1심이나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의 공천 신청을 원천 배제키로 함에 따라 박지원 의원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새정치연합 창당주역인 김한길 안철수 의원도 ‘험지 출마’와 ‘반혁신 이미지’(거부시)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혁신위는 “정치적 고려는 일체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혁신위와 혁신안에 반기를 든 비주류 진영의 지도급 인사들이 모두 인적쇄신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혁신위는 여기에 조경태 의원을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며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긴 정 의원의 ‘적진 출마’ 요구와 이동학 혁신위원이 ‘하방론’을 제기했던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놓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혁신위 측은 “정 의원은 당대표급 인사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뺄 수 없었고, 86그룹이나 전·현직 원내대표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급’이 달라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발 인적쇄신, ‘通’할까=혁신위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최고 수위의 ‘인적쇄신안’을 발표한 것은 ‘통합’을 이유로 혁신안이 후퇴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 혁신위원은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혁신안이 뭉개질 것 같았다”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동안의 혁신은 결국 정치적 담합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고 강조했다. 비주류 진영의 반발 뿐 아니라 주류 진영이 당 내분 수습이나 야권 통합을 위한 지렛대로 혁신안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동안 발표된 혁신안이 제도 개선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고강도 인적쇄신안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불만이 쏟아진다. 문 대표의 재신임 국면 이후 간신히 조성된 통합 분위기를 혁신위가 깨뜨렸다는 지적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혁신위가 너무 앞서나갔다”며 “당사자들이 반발하면 이제부터 당은 ‘반혁신’ ‘혁신 후퇴’의 이미지만 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 측에서도 “혁신위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혁신위 측은 “반혁신이나 혁신 후퇴 등 국민의 시선이 두려우면 혁신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