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멎은 후 혼수 상태에 빠진 환자가 다시 정상으로 깨어 날 수 있을지 간편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박규남·오상훈, 신경과 손영민, 호흡기내과 김석찬 교수팀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성모병원에서 심정지 후 혼수상태로 저체온 치료를 받은 환자 130명을 대상으로 ‘진폭통합뇌파기(aEEG)’를 이용해 72시간동안 지속 뇌파를 측정했다. aEEG는 신생아의 두피에 전극을 붙여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뇌파 검사기다.
그 결과 24시간 내 환자의 뇌파가 지속적으로 정상 진폭을 회복할 경우 뇌손상 없이 좋은 치료 경과를 예측하는 민감도가 94.6%를 보였다고 23일 밝혔다. 또 36시간 내 환자의 뇌파가 지속적으로 정상 진폭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 나쁜 예후를 예측하는 특이도가 100%를 나타냈다. 둘 다 높은 검사 정확도를 보인 것이다.
민감도는 실제 질병을 가진 대상에게서 질병을 측정해 내는 확률이다. 특이도는 질병이 없는 대상이 질병 없음을 측정하는 확률을 일컫는다. 다시말해 민감도는 환자가 병에 걸렸을 때 양성으로 진단될 확률, 특이도는 질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 음성으로 진단될 확률이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100%면, 병이 없는데 있다고 잘못 진단하거나 병이 있는데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한 건도 없음을 뜻한다.
즉 24시간 내 혼수 상태에서 정상 뇌파로 돌아온 환자의 94.6%는 예측대로 뇌손상없이 건강하게 정상 회복했다. 36시간까지 시간이 흘러도 정상 뇌파로 돌아오지 못한 환자는 모두 예측대로 정상 회복되지 못했다.
저체온 치료는 심장이 멎은 후 다시 스스로 호흡 순환이 회복된 혼수 환자들의 체온을 32~34도로 낮춰 24시간 동안 유지한 후 서서히 다시 체온을 올리는 치료이다. 심정지로 산소 공급이 중단된 후 심장 활동이 회복됐으나 치명적 뇌손상을 입어 혼수 상태를 보이는 환자에서 2차 뇌손상을 줄여 환자의 예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증명됐다.
박 교수는 “aEEG를 이용한 심정지 혼수 환자 예후 예측법은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의료진이 직접 뇌 회복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하고 획기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심장 분야 국제학술지 ‘서큘레이션’ 최신호에 우수 논문인 ‘편집자의 선택(Editor’s pick)’으로 선정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심장 멎은 후 혼수 상태 환자, 24시간 안에 정상 회복 여부 알 수 있다
입력 2015-09-23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