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반도프스키 9분 5골 대기록 “또 없었나?”… 차범근은 5분 3골

입력 2015-09-23 11:30
중계방송 화면촬영

9분 동안 5골. 독일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27·폴란드)의 ‘벼락 골’은 세계 축구계에서 좀처럼 찾을 수 없는 대기록이다. 지금 세대 최고의 축구선수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28·FC 바르셀로나)도 레반도프스키만큼 짧은 순간에 많은 골을 넣지 못했다.

레반도프스키는 23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5-2016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6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6분, 7분, 10분, 12분, 15분에 릴레이 골을 넣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동료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24)와 교체 투입돼 6분 만에 첫 골을 넣더니 불과 3분18초 사이에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이후의 5분 동안에도 두 골을 더했다. 마지막 골에서는 시저스 킥을 때리는 여유까지 부렸다. 정확하게 8분57초 동안 벌어진 벼락 골 퍼레이드였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경기를 마치고 “레반도프스키가 3분18초 만에 완성한 해트트릭은 리그 역사상 최단시간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레반도프스키는 지난 6월 조지아와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예선에서 4분 만에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물론 자신의 해트트릭 최단시간을 40초가량 앞당겼다.

해트트릭 최단시간에서는 레반도프스키보다 앞선 기록의 보유자들이 있지만 9분 만에 5골을 넣은 기록은 적어도 ‘빅 리그’에서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분데스리가에서 5골을 가장 빠르게 넣은 기록은 뮌헨의 전설적 선수인 디터 회네스(62)가 보유한 21분이다. 레반도프스키는 이 기록을 무려 12분이나 단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놓고 매년 대결하는 호날두와 메시도 9분 만에 5골을 넣은 경험은 없다. 호날두의 경우 5골을 넣은 경기가 두 차례 있었지만 전후반 90분을 충분히 활약하면서 완성한 기록이다. 메시도 2012년 3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버쿠젠을 상대로 5골을 넣었지만 9분 동안의 기록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차범근(62)이 5분 동안 해트트릭을 달성한 벼락 골이 대표적이다. 차범근은 197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개최한 박스컵에서 경기 종료를 7분 앞두고 말레이시아에 1대 4로 뒤진 후반 38분부터 5분 동안 3골을 몰아쳤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정기전을 계획할 정도로 맹위를 떨쳤던 아시아의 강호였다. 동점을 만든 뒤에도 2분이 남을 만큼 차범근의 벼락 골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한편 뮌헨은 레반도프스키의 5골 외의 추가골 없이 5대 1로 대승했다. 6전 전승(승점 18)으로 리그 1위를 지켰다. 레반도프스키는 경기를 마치고 “내가 미친 게 분명하다. 그저 슛을 했을 뿐인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