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 있는 게 충격”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적반하장 발언 비난

입력 2015-09-23 08:06
사진=YTN 화면 캡처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이 1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극적인 송환을 지켜본 시민과 취재진들 앞에서 그는 끝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비난을 샀다.

패터슨은 이날 오전 4시26분쯤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대한항공편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애초 4시40분쯤 도착 예정이던 비행기는 예정보다 이른 4시26분쯤 착륙했다. 착륙 40분이 지난 5시10분쯤 호송팀 관계자에게 양팔을 잡힌 채 입국장 B게이트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5명의 호송팀과 동행한 그의 양 손엔 수갑이 채워져 있었으며 손에는 옷이 둘둘 말려 있었다. 표정은 다소 담담했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패터슨은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범인이 에드워드라 리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난 언제나 그 사람이 죽였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희생자 가족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유가족들은 고통을 반복해서 겪어야겠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것도 옳지 않다”며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이고, 난 지금(취재진의 분위기에) 압도돼 있다”고 말한 뒤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패터슨의 이 같은 발언에 네티즌들은 적반하장이라며 공분했다. 한 네티즌은 “난 아직도 패터슨이 자유의 몸이라는 사실이 충격”이라고 지적했고 “적반하장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수많은 네티즌들은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혐의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질까 걱정된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패터슨은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달 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심규홍)의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3일 밤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 사건이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에드워드 리가 진범으로 지목돼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갖고 있다가 버린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 재판부는 에드워드 리에게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1998년 4월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서울고법은 같은 해 9월 다시 에드워드 리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1999년 9월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그 사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패터슨마저 1998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숨진 조씨의 부모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도 재수사에 나섰지만 검찰이 제때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패터슨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