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현지시간) 쿠바에서의 마지막 미사를 끝으로 역사적인 첫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교황은 3박4일 간의 쿠바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남부 산티아고의 ‘엘코브레 자비의 성모 마리아’ 성지를 찾아 미사를 집전했다. 이곳은 피델 카스트로가 주도한 쿠바 혁명의 요람으로, 성모 마리아는 쿠바의 수호성인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미사에서 “성모 마리아는 ‘부드러운 혁명’의 화신”이라면서 쿠바 국민들에게 성모 마리아를 본받아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하고 서로 간의 벽을 허물어 화해의 씨를 뿌릴 것을 촉구했다. 이어 “성모 마리아는 우리가 절망의 길로 빠지지 않게 우리의 근원과 정체성을 지켜준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강조한 화해는 이웃 간, 종교 간 화해를 넘어 54년 만에 외교관계를 회복한 미국과의 관계도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인다. 교황은 양국 관계 정상화에 물밑역할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지난 19일 쿠바 도착 첫 일성도 ‘양국 간 화해의 길 지속’이었다.
교황은 이날 오후 4시께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 주(州)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미국에 첫발을 디디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내외가 직접 나가 영접을 한다.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교황은 27일까지 5박6일 동안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 워싱턴D.C. 시내 퍼레이드, 성 매튜성당 기도, 바실리카 국립대성당 미사 집전(이상 23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대중과의 만남, 성패트릭 성당 방문(이상 24일), 유엔총회 연설, 9.11테러 희생자 추모 박물관 방문, 매디슨 스퀘어 가든 미사 집전(이상 25일), 필라델피아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성당 미사 집전(26일), 세계 천주교가족대회 거리행진(27일)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미국의 규제받지 않은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해 온 교황은 미 의회 및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 정부는 교황이 방문하는 도시에 ‘국가 특별 안보행사’를 선포하고 이에 준하는 경호를 하도록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 국가 특별 안보행사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대통령 국정연설, 정당의 정치 행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와 2001년 9·11 사태 직후 열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2002년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에서만 발동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교황, 쿠바 마지막 미사서 화해 강조… 미국 방문길
입력 2015-09-23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