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이 미국으로 도주한지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방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국내 미국법원의 범죄인인도청구 허가 결정에 인신보호청원을 내며 계속 시간 벌기를 했지만 항소심에 패한 뒤 집행 정지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22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패터슨은 미국 법원에 꾸준히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이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인도청구에 허가를 결정했지만 그는 범죄인인도 결정이 적절한지 다시 한번 판단해 달라고 청원을 낸 것이다. 한국 송환을 막으려는 일종의 ‘꼼수’였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이 청원을 지난해 6월 1심과 올 5월 항소심에서 모두 기각했다. 7월에는 재심 신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패터슨은 3개월 내 상고를 제기하지 않았고, 또 범죄인인도 결정의 집행 정지도 신청하지 않았다.
미국 범죄인인도 관련법에 따르면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려면 범죄인인도 집행 정지 신청을 해야 하고 각 심결 이후 2개월 이내에 이를 연장해야 한다.
패터슨도 1심과 항소심 직후 범죄인인도 집행 정지 신청을 착착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항소심에서 패한 뒤에는 2개월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집행 정지 신청을 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 상황을 노려 미국 당국을 설득했다.
결국 1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의 패터슨 송환 결정을 끌어냈다.
패터슨은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미국 당국이 송환 문서에 사인하고서 이를 통보한 뒤 ‘한국 송환’ 결정을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21일 오전 국제형사과 소속 검사 1명과 수사관 4명으로 구성된 인수팀을 미국으로 보내 국무장관의 최종 재가를 받고 패터슨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패터슨 송환은 한미 당국의 사법 공조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제가 한국 간다고요?” 이태원살인사건 진범 패터슨의 실수
입력 2015-09-23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