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은 술 마시고 고기 좋아하는 남성들의 암? 천만에!

입력 2015-09-22 17:13
대장암 발견을 위한 대장 내시경 검진 장면. 국민일보DB

대장암은 술 마시고 고기 좋아하는 남성들의 암인가. 그렇지 않다. 최근 발표된 대장암 발병 추이를 보면 여성들도 대장암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여성들의 경우 특히 남성에 비해 대장암의 조기 발견이 늦고 상대 생존율이 낮아 폐경 이후 여성들은 대장암 예방과 조기 검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계청(2015년) 보고에 따르면 대장암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집계됐다. 또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의 1999~2012년 암발생 통계에 의하면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해마다 4.3%씩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대목동병원 위암·대장암 협진센터장 김광호 교수는 22일 “한국 여성의 대장암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암 중에서는 3위, 65세 이상에서는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대장암이 적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고령에서 발생함을 알 수 있다는 것. 실제 2012년 암등록통계의 65세 이상 고령군에서 암 발생 순위를 살펴보면 남성은 대장암이 3위인데 반해 여성은 대장암이 1위다.

특히 우리나라 대장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5년 생존율은 남성보다 낮았다.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의 1993~2012년의 대장암의 성별 상대생존율 자료를 보면 여성의 5년 생존율은 65.9%, 남성은 70.5%로 4.6%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대장암이 ‘남성암’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장암 검진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병이 진전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대장암 발생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많은 역학 연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낮은 이유로 에스트로겐 효과, 혹은 호르몬 대체요법과의 관련성을 제시한다.

실제 Women’s Health Initiative 코호트 연구에서 호르몬 대체요법(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병합)은 결장암 위험을 약 30%, 직장암 위험을 약 43%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이 폐경기에 접어들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어, 대장암의 위험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는 것.

또 여성은 폐경 후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감소해 허리둘레가 늘어나기 때문에 60세 이상에선 대장암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복부비만은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데 특히 여성의 비만은 남성에 비해 대장암 발병에 더욱 위험하다. 세계소화기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허리둘레가 10cm 증가하면 여성의 대장암 발병 위험이 16%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폐경을 맞은 여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폐경 전 32.1%, 폐경 후 44.5%로, 폐경 후 여성이 12.4% 포인트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양성 종양인 선종이 5~15년에 걸쳐 서서히 악성으로 변하여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일찍 발견해 제거하면 예방 가능하다.

정기 건강검진을 충실히 받으면 대장암 발생률을 90%나 줄일 수 있다. 국립암센터에서 발표한 대장암 조기 검진 권고안에서도 50세부터 매 5~10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조금 더 일찍 검사하는 것이 도움된다.

김광호 교수는 “대장암은 식생활 영향이 큰 만큼 평소 육류 대신 섬유질 위주 식단으로 식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또 여성의 경우 흡연 여성이 비흡연 여성보다 대장암 발병률이 약 20% 높은 만큼 금연하는 것이 대장암 예방에 좋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