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는 ‘돈’으로 움직인다. 유권자들에게 돈을 뿌리면 불법이지만 정치인들이 여론 형성을 위해 돈을 쓰는 것에는 제한이 없다. 그런데 그 돈은 후원자한테서 나온다. 결국 ‘돈 많은 후원자’가 미국 여론과 정치판을 좌우하는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여론과 워싱턴DC 의사당을 쥐락펴락하는 대표적인 ‘정치계 큰손’ 10명을 소개했다.
미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인사는 찰스 코크(79), 데이비드 코크(74) 형제다. 에너지 기업인 코크 인더스트리를 비롯해 858억 달러(약 101조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보수적 성향으로 ‘작은 정부’와 ‘최소한의 세금’을 주창하는 정치인들을 돕고 있다. 이번 대선 경선에는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직접 대선에 뛰어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69)도 100억 달러(약 11조7800억원)의 재산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거부다. 1990년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 주자들을 골고루 지원해왔다. 자신의 사업을 키우려고 정치권에 줄을 댔다는 의혹이 있다.
1조9000억원의 재산을 가진 헤지펀드 매니저 톰 스타이어(58)는 부자들 중 드문 환경보호론자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등 민주당과 코드가 맞닿아 있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기후변화 대처에 능동적인 후보에게 1000만 달러(약 117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2차 TV토론 때 토론 전후의 TV 광고시간을 수백만 달러어치 사들여 기후변화 정책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카지노 재벌인 쉘돈 아델슨(82)과 투자회사 창업자 출신인 폴 싱어(71)는 친이스라엘계 정치인들을 돕고 있다. 각각 263억 달러(약 31조원), 21억 달러(약 2조470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아델슨은 아울러 온라인 카지노를 반대하는 데 이와 관련된 입법 활동을 해온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의 대선 캠페인을 돕고 있다.
투자와 블룸버그 통신 운영 등으로 383억 달러(약 45조원)의 돈을 번 마이클 블룸버그(73)는 중도주의자다. 공화당의 ‘작은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동시에 소득불평등 해소와 낙태 및 동성애 권리를 옹호해왔다. 또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고 노력해온 정치인들을 적극 후원해왔다.
월가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동하며 125억 달러(약 14조7400억원)의 재산을 형성한 로버트 머서(69)는 강한 보수적 색채의 공화당 유권자 모임인 ‘티 파티’를 후원해왔다. 세금 확대를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의 낙선을 위해 많은 돈을 써왔다.
사업가이자 야구단 시카고 컵스 구단주인 존 조 리케츠(74)와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85)는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열성 팬이다. 리케츠는 2012년 선거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낙선시키려고 1000만 달러를 썼고, 소로스는 조지 W 부시를 떨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소로스는 이번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고 있다.
이밖에 호주계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84)은 자신이 소유한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등으로 보수적 여론을 주도해왔지만 힐러리 전 장관에는 호의적 태도를 갖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미국 정치계 큰손 10명 누구?
입력 2015-09-22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