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의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3일 재가동되지만 또다시 비례대표 의석수 문제에 가로막혀 공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지역구-비례대표 비율과, 각 지역구의 '존폐'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공천·선거제 논의는 후순위로 밀린 양상이다.
정개특위는 23일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를 잇따라 열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가 정한 지역구 수 244∼249개 범위가 적절한지를 따져보고 선거구 획정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벌일 계획이다.
획정위의 결정대로라면 농어촌 지역구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를 막기 위해 논의재개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할 경우 지역구를 적게 줄이려면 그만큼 비례대표수를 줄어야 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에서 여야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회의는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획정위 결정에 대해 "비현실적인 안"(김무성 대표)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구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으로선 여당이 취약한 수도권의 지역구는 대폭 늘고 '텃밭'인 경북을 비롯해 농어촌의 지역구가 크게 줄게 되면 불리하다고 판단, 여야 농어촌 의원들의 반발을 지렛대로 삼아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을 뒤집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에서는 획정위의 획정안이 크게 불리할 게 없다며 지역구 수 결정에 간섭하는 것은 획정위를 독립기구로 설치한 취지에 반한다며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다만 최대 5석 가량 지역구가 줄 것으로 보이는 호남 지역 의원들은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 수를 늘려야 한다며 새누리당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어 이들의 불만을 무마시키는 게 과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 증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국한하다보니 비례대표와 농어촌(출신 의원)이 싸우는 꼴이 됐다"며 "제로섬 게임을 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의원정수 증원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23일 정개특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선거구 획정기준 합의를 시도할 계획이지만, 여야의 입장에 변화가 없어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새누리당은 '농어촌특별선거구'를 포함해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조항을 획정기준에 반영하자는 입장이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를 수용하려면 비례대표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이다.
결국 이처럼 여야간 입장이 팽팽히 맞설 경우 획정위의 획정안 법정 제출시한인 내달 13일까지 국회가 획정기준을 끝내 마련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여야는 결국 선거구획정위가 나름의 기준으로 정한 선거구획정안을 놓고 수용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획정위는 23∼24일 이틀 연속 회의를 열고 지역구 수 244∼249개 범위의 6개안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보고받을 예정이며, 단일안 도출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작업이 속도를 내는 양상을 보이자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역선거구 통폐합이 유력한 대상지역의 의원들은 단식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지역주민들은 상경집회를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어촌·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 간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우리 의사가 관철이 안 되면 단식을 비롯해 어떤 행동도 주저하지 않고 뭐든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시 지역에서도 농어촌 선거구 감축 논란의 '불똥'이 튈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안산단원갑)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안산시 선거구는 헌재 판결에 따라 선관위가 분류한 인구 상하한선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며 "아무런 하자가 없는 안산을 단지 (농어촌 지역구 감소 방지)완충 역할을 위한 희생지역으로 삼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농어촌 의원, 지역구 지키기 사생결단” 단식투쟁 불사
입력 2015-09-22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