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도 하사품이라 썼거든요” 보수의 반격

입력 2015-09-22 15:47
보수 성향 사이트에 올라오는 故 노무현 대통령 하사품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보수 성향 사이트에 올라오는 故 노무현 대통령 하사품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장병 간식 하사 표현에 트집을 잡지 말라고 올린 글. 한기호 의원 페이스북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장병 간식 하사 표현에 트집을 잡지 말라고 올린 글. 한기호 의원 페이스북
새누리당 의원과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박근혜 대통령 장병 간식 하사 표현 논란에 故 노무현 대통령의 과거 하사품 사진을 근거로 제시하며 “괜한 트집 잡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야당과 진보 성향의 네티즌이 “하사는 전근대적인 국민 하대 표현”이라고 비판한 것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가”라고 기막혀 했다.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 하사품 사진”이라는 설명과 함께 한 네티즌에게 받은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다 먹고 난 빵봉지에는 ‘대통령 하사품’ ‘장병 여러분 폭설피해 복구 지원에 대단히 노고가 많습니다, 대통령 노무현’ 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준 건)아마도 착한 하사품(일 것)”이라며 진보진영의 비판을 비꼬았다.

한기호 의원은 이 사진을 올리기 2시간 전에도 ‘하사’라는 용어는 군대에서 흔하게 쓰는 말인데 왜 트집이냐며 “이 용어로 트집 잡으면 군인들 모두가 야당에 좋은 소리 안할 것이다. 괜히 대통령 트집 잡으려다가 역풍 맞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의원이 올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하사품 사진과 그와 비슷한 사진들은 22일 극우 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에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몇 해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가져다 쓴 사진을 다시 퍼 나르는 중이다.

한 네티즌은 “박근혜 대통령이 잘 하는 일에 배가 아파 안달하는 사람들이 하사란 단어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데 그 사람들이 과거 노무현 대통령 하사품을 보고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가”라며 “괜한 트집을 잡다 역습을 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20일 홈페이지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 장병에게 격려카드와 특별 간식을 하사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려 하사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과 진보 인사들은 전근대적인 국민 하대 표현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련) 강희용 부대변인은 “홍보 관계자들이 대통령을 높이기 위해 국군장병들을 낮추는 시대착오적 표현을 쓴 것은 충성심의 발로일 수 있지만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격은 대통령이 스스로 낮추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수록 더욱 높아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표현을 수정하라고 주문했다.

은수미 새정련 의원과 조국 서울대 교수 등도 트위터에 하사 표현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