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영 중인 할리우드 영화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과 ‘제7기사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계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이다. ‘메이즈 러너’에는 재미교포 3세 배우 이기홍이 주연급으로 나오고 ‘제7기사단’에는 국민배우 안성기가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연한다. 이기홍은 민호라는 한국이름을 가진 러너로, 안성기는 명망 있는 귀족 어거스트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한국계 배우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다양성영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외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박중훈이 1998년 ‘아메리칸 드래곤’에 이어 2002년 ‘찰리에 대한 진실’로 할리우드에 발걸음을 옮겼으나 관객몰이에 실패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지도 못했다.
이병헌의 ‘G.I.조’(2009)는 한국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전 세계에서 제작비의 두 배인 3억 달러를 벌어들여 체면치레를 했다. 이병헌은 올해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호흡을 맞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조연으로 나와 국내 관객 324만명을 모았다. 내년 개봉 예정인 ‘황야의 7인’에서는 덴젤 워싱턴과, ‘비욘도 디시트’에서는 알파치노와 각각 작업하고 있다.
미국판이 나올 만큼 ‘올드보이’(2003)로 할리우드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최민식은 뤽 베송 감독의 ‘루시’(2014)에서 지하세계의 조직원으로 출연해 강한 캐릭터를 선사했다. 능글맞으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그의 연기는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먼 등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과 견주어 뒤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국내 관객도 197만명으로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여배우의 할리우드 진출 성공 케이스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수연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촬영된 장면에서 닥터 조로 나온 수연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 에반스 등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국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수연은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이퀼스’를 촬영 중이다.
2012년 워쇼스키 감독의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할리우드에 데뷔한 배두나는 톰 행크스, 휴 그랜트 등 인기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올해 역시 워쇼스키 감독의 ‘주피터 어센딩’에서 주요 배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국내 흥행에서는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45만명, ‘주피터 어센딩’이 30만명으로 참패를 면치 못했다.
‘트와일라잇’(2010~2014) 시리즈에서 코믹 캐릭터 에릭 역으로 이름을 알린 저스틴 전은 중국 출신 유위강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찍은 ‘무법도시’(2014)의 주연을 꿰찼다. 또 패셔니스타로 이름을 알린 제이미 정은 ‘행오버 2’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를 거쳐 ‘에덴의 선택’(2012)으로 미국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내년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액션 ‘블러드 브라더’에는 태권도 선수 출신 태미가 캐스팅됐다. 제작사 측은 “동양적이고 가녀린 미모, 몸매와 달리 고난도 액션실력과 영어연기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10월 9일 개봉 예정인 휴 잭맨 주연의 ‘팬’에는 신인배우 나태주가 조연으로 출연했다. 나태주는 이 영화의 예고편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계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줄줄이 진출하고 있지만 결과물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 감독이나 프로듀서 등 네트워크가 없어 치밀한 캐스팅과 글로벌 홍보 전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 한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배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영화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어? 메이즈 러너와 제7기사단에 익숙한 얼굴이…” 한국계 할리우드 진출 러시
입력 2015-09-22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