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금고지기' 푸가체프, 러 정부 상대 100억달러 소송

입력 2015-09-22 14:14

‘푸틴의 금고지기’로 불릴 정도로 한때 크렘린 내부에서 영향력이 컸던 세르게이 푸가체프(52)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100억 달러(약 11조8000억원)가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푸가체프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했으며 그의 변호인들이 22일 파리에서 소송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푸가체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푸틴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지면서 2011년 영국으로 망명해 호화저택에서 생활하다 올해 신변 위협을 이유로 파리로 도피했다.

푸가체프는 푸틴과 그의 추종 세력이 자신의 기업제국을 붕괴시키고 시베리아 석탄광산 한 곳과 대형 조선소 두 곳을 포함한 재산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푸가체프가 자신이 소유한 메즈프롬은행이 파산한 후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을 부당하게 빼돌렸다고 주장했으나 푸가체프는 혐의를 부인했다.

푸가체프는 자신에 대한 위해 계획이 푸틴이 지시한 것임을 굳게 믿고 있다며 “나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다했고 심지어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는데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한편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는 지난해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가 운영했던 러시아 최대 석유업체 유코스 소유권이 박탈된 것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에 500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