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답게 여러 축제가 열린다. 특히 매년 가을 파리와 인근 지역에서 펼쳐지는 파리가을축제는 전세계 다양한 장르의 현대예술을 소개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유명하다. 44회째인 올해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40개 주요 문화시설에서 시각예술, 퍼포먼스, 연극, 무용, 음악, 영화 분야에서 60여개의 작품이 선보인다. 티켓 값은 정부와 기업 메세나의 지원 덕분에 평균 15유로(약 2만원)로 매우 낮게 책정돼 있다.
특히 올해 축제에는 민속예능 장인 김금화(84), 판소리 명창 안숙선(66),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54) 그리고 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53) 등 한국 여성 아티스트 4인방이 초대돼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과 만난 파리가을축제의 총감독인 임마뉴엘 드마르씨-모타(45·사진)는 “파리가을축제는 예술이 미래를 위해 무슨 전망을 보여줄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들과 공동작업을 해왔다”면서 “파리가을축제는 2002년 한국의 판소리를 유럽에 본격적으로 소개했던 인연이 있다. 올해는 한국의 창의적인 여성 아티스트 4명을 프랑스 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여성 아티스트만 선정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처럼)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회에선 여자가 훨씬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면서 “이들 여성 아티스트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해온 예술적 노력이나 성과가 매우 강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은숙의 경우 특정 아티스트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초상(Portrait)’ 프로그램에 이탈리아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 이탈리아 현대음악 작곡가 루이지 노노와 함께 초청됐다. 진은숙은 10월 9~10일, 11월 27일 5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드마르씨-모타 총감독은 “‘초상’ 프로그램은 2012년부터 시작됐으며 매년 2~3명을 선정한다. 해당 아티스트의 여러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이 그의 예술 세계를 좀더 깊이 알 수 있도록 했다”면서 “진은숙은 비서구 아티스트로는 이번에 처음 ‘초상’ 프로그램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한편 드마르씨-모타 총감독은 파리시가 지원하는 극장 가운데 가장 중요한 테아트르 드라빌(파리 시립극장)의 극장장이기도 하다. 프랑스 연극계의 총아인 그는 2008년 테라트르 드라빌 극장장이 된데 이어 이듬해 갑자기 타계한 알랭 크롬베크의 뒤를 이어 파리가을축제 총감독이 됐다. 파리에서 중요한 극장과 축제를 동시에 이끄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2015-2016시즌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테아트르 드라빌은 파리가을축제에 포함된 김금화의 ‘만수대탁굿’과 안은미의 ‘땐스’ 3부작, 코리아 포커스 프로그램에 포함된 마술사 이은결의 ‘디렉션’ 및 아동극단 예술무대 산의 ‘달래 이야기’와 문화예술교육 더베프의 ‘나무와 아이’, LG아트센터와 함께 하는 경연 ‘댄스 엘라지’까지 모두 8편의 한국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드마르씨-모타 극장장은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자국 아티스트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았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가 정치적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의 좋은 아티스트들이 프랑스에 알려지길 희망한다”면서 “다만 이런 작업은 지속성이 중요한 만큼 한국의 여러 관련 기관이 한불 상호교류의 해 이후에도 연결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 자신은 한국의 독립 아티스트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목적 공연장인 테아트르 드라빌은 연간 관객 30만명으로 유럽에서 최다 관객을 자랑한다. 1000석의 대극장과 가변형 스튜디오 그리고 별관인 420석의 아베스극장으로 이뤄져 있다. 다른 공공극장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민주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티켓 가격은 저렴하다. 최저 10유로(1만3000원)부터 최고 30유로(약 4만원)까지 있으며 연령과 실업여부 및 시즌 패키지에 따라 다양한 할인혜택이 제공된다. 연간예산은 1500만~1700만유로(약 200억~225억원)이며 정부와 파리시로부터 50~60%를 지원받는다. 그는 “극장장으로 온 이후 공연을 비롯해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많이 펼치다 보니 예산이 많이 늘었다”면서 “내가 하는 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고 웃었다. 파리=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파리가을제 예술감독 임마뉴엘 드마르씨-모타 “문화 교류는 지속성이 중요합니다”
입력 2015-09-22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