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가 카스트로의 외빈 접대용 외복?

입력 2015-09-22 08:32

대부분 아디다스, 종종 퓨마, 아주 이례적으로 휠라와 나이키. 피델 카스트로(89)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복장을 얘기한다. 그는 중요한 사람을 만나거나, 외출하거나, 공식석상에 나설 때 거의 예외없이 운동복을 입고 나선다. 아디다스는 쿠바 국가대표 유니폼이기도 하지만, 워낙 편한 옷차림을 좋아하는 카스트로의 성향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스트로는 20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서도 독일의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 체육복 상의를 착용했다. 1959년 쿠바 혁명 성공 후 권좌에 앉은 카스트로 전 의장은 2008년 건강 문제로 아우 라울 카스트로에게 자리를 내줄 때까지 공식석상에서 군복 또는 정장 차림으로 외빈을 만났다. 1998년 자신의 초청으로 쿠바를 처음 찾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만날 때엔 정장을 입었다.

하지만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난 뒤 2013년 쿠바에 온 베네딕토 16세와 회동할 때엔 짙은 색깔의 체크무늬 남방에 목도리를 두르고 검은색 계열의 운동복 상의를 걸친 채 만났다. 올해 5월 프랑스 역대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만날 때에도 카스트로 전 의장은 검정 아디다스 체육복을 입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이 아디다스 운동복을 즐겨 입기 시작한 건 장 출혈 수술을 받은 2006년 직후로 알려졌다. 이후 필라, 나이키 등 다른 스포츠 브랜드도 착용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유독 아디다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그가 소문난 야구광인데다가 스포츠를 좋아하기 때문에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에서 쿠바 대표팀을 후원한 아디다스 제품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만 가능하다. 그 덕분인지 아디다스는 쿠바의 서민들이 즐겨 입는 스포츠 브랜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